1분기 3.9% 성장 기록...연간 성장률 전망 0~2% 유지
동남아 수출 경제 "부담" 경고...말레이시아·태국은 성장률 둔화
동남아 수출 경제 "부담" 경고...말레이시아·태국은 성장률 둔화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22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0~2%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중앙은행이 예측했던 범위로, 초기 전망치인 1~3% 성장에서 이미 하향 조정된 보다 신중한 전망이다.
1분기(1~3월) 싱가포르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3.9%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첫 두 달 수치를 바탕으로 한 이전 추정치 3.8%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수출 주도형 제조업 부문이 전년 대비 4% 증가한 반면, 국내 중심 서비스 부문은 3.6% 성장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통상산업부는 성명에서 "세계 경제 전망은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전히 흐려져 있으며, 위험은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과 가계가 지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관망' 접근법을 채택함에 따라 경제 활동이 예상보다 더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전망이 어두워진 주요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다. 미국, 중국, 유럽을 주요 무역 파트너로 하는 개방 경제인 싱가포르는 미국의 보호주의적 경향에 특히 취약한 상황이다.
다른 글로벌 무역 상대국들과 함께 싱가포르도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0%의 포괄적 관세 대상이 되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의약품 수출과 같은 분야에서 최소한의 양보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들은 미국과 관세 영향을 받는 여러 경제국들이 협상에 착수했으며, 영국과 중국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에 도달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기간 동안 90일간 서로에게 부과된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한 점을 주목했다. 이러한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 조치들로 인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싱가포르의 대외 수요 전망이 4월 대비 다소 개선되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이미 올해 들어 두 번째 통화정책 완화를 단행했다. 이는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싱가포르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동남아시아 지역 전체적으로는 우려스러운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무역 둔화가 이웃 동남아시아 경제의 수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들 중 일부는 2025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둔화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 이전에도 경제 모멘텀이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말레이시아와 태국 같은 무역 지향적 경제국들은 올해 내내 예상보다 약한 성장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자국의 수출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 결정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내 경제에 부담을 주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영향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전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경제 구조의 다양성과 금융 서비스업의 강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 허브로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은 미중 무역 협상 진전 여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정책 변화,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싱가포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