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화 움직임 속에서도 구조상 우위 계속... 금은 안전자산 구실 부상

LSEG의 FTSE 러셀 세계 투자 리서치가 지난 19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 70%를 넘어섰지만 올해 5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 부재와 미국 금융시장의 구조적 우위로 인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분석됐다.
◇ 외환보유고 달러 비중 12년간 12%포인트 감소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구성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0%를 넘어섰지만, 올해 58%로 떨어졌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포함된 뒤 더 완전한 자료를 보면 전체 달러 보유고가 2013년 61%에서 올해 5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약 38%의 달러 강세 효과를 빼면 실질 감소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유로화 보유고 비중도 24%에서 20%로 떨어졌으며, 2009년 유로존 부채위기 뒤 급격히 감소해 2016년까지 19%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량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IMF 최신 자료에 따르면 공식 보유량은 2009년경 0.25%에서 올해 2분기 0.12%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외국 정부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음을 뜻한다.
세계화와 다자주의 흐름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정체됐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25%에서 2008년 약 60%까지 꾸준히 늘었으나, 세계 금융위기 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금이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부상
최근 시장의 위험회피 국면에서 달러와 미국 국채가 상대적 약세를 보인 반면, 금은 급등세를 보였다. LSEG와 데이터스트림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국 달러 지수와 금 가격은 대체로 반대 방향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2022년 달러 강세 시기에 금 가격이 떨어졌고, 지난해 이후에는 달러 약세와 함께 금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금이 이제 국제 투자자들에게 기본 안전자산이자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자산군과 낮은 상관관계가 입증된 반면, 금은 주권 정체성이 없는 진정한 세계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와 다른 나라들의 국채 간 수익률 차이도 코로나19 이후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 스프레드는 지난해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시작된 뒤 이전의 완화 사이클과 달리 실제로 늘었다.
◇ 구조상 우위로 기축통화 지위 유지
탈달러화 움직임에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뒷받침하는 구조상 요인들은 여전히 강력하다. 2023년 말 기준 38개국이 달러를 환율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유로는 25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달러는 전 세계 무역의 50% 이상에서 무역 송장 통화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자료에 따르면 달러는 지난 1월 결제에서 50%를 넘는 점유율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22%, 파운드화는 7%를 차지했으며, 위안화는 4%에 그쳤다.
보고서는 "미국 금융시장의 규모, 깊이, 유동성은 여전히 따를 곳이 없으며, 달러와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의 구실을 지탱하는 주요 구조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15%로 떨어졌음에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중은 60%에 가깝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18년 미국 국채의 외환보유고를 약 810억 달러(약 111조8000억 원) 급감했으며, 프로젝트 엠브리지 같은 일부 지역 국경 간 결제 시스템에서 탈달러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위안화 같은 비전통 통화의 비중은 최근 몇 년 동안 완만하게 늘었지만 2024년 말 기준 외환보유고의 전체 위안화 점유율은 2%를 겨우 넘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