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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신용등급, 105년 만에 하락...시장, 14년 전과 달라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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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신용등급, 105년 만에 하락...시장, 14년 전과 달라진 반응

무디스, 미국 국채 등급 Aa1로 낮춰...2011년과는 다른 시장 움직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105년 만에 내려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미국 재정 건전성에 주목하고 있다.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국채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내렸다.

무디스가 미국 국채를 AAA로 평가한 것은 1919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등급 하락은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AAA에서 AA+, 지난해 8월 피치가 AAA에서 AA+로 각각 내린 데 이어 세 번째다. 무디스는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2011년과 2025, 시장 움직임 달라진 까닭


2011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 국채 등급을 내렸을 때,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2.56%에서 2.32%로 떨어졌다. 당시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여전히 안전한 자산으로 여기며 국채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6.7% 떨어졌고, 10월 초까지 등급 하락 전보다 8.4% 낮아졌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방침을 내놓으면서 연말에는 S&P 500이 등급 하락 전보다 4.8% 오른 채 마감했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 하락 뒤에는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48%에서 4.56%로 오르는 데 그쳤다. S&P 5001% 미만의 등락에 머물렀다. 금융권에서는 "2011년 첫 등급 하락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시장이 이미 미국의 재정 사정과 정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존 R. 무소 최고투자책임자가 지난 22(현지시각) '커벌랜드 어드바이저스 시장 논평'에서 밝혔다.

미국 빚, 국내총생산의 120% 가까이...재정 걱정 여전


미국 연방정부의 빚은 약 36조 달러(5400조 원), 국내총생산의 120%에 가까워졌다. 비앙코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이 비율은 과거 전쟁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의회와 정부가 재정 적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예산 협상과 관세 논의도 재정 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국채가 여전히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지만, 독일·일본 등 다른 나라 국채와의 경쟁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국채 신용등급 하락이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미국 재정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존 R. 무소 최고투자책임자는 설명했다.

또한, 신용등급 하락은 미국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 앞으로 시장 움직임, 경제 지표가 가른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시장의 움직임은 예산 협상이나 관세 논의보다 경제 지표에 더 따라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 3월과 4월 미국 채권과 주식시장은 관세 협상과 중앙은행 논의로 크게 흔들렸지만, 이번 등급 하락 뒤에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커벌랜드 어드바이저스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미국 의회의 예산 협상과 관세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시장의 관심은 경제 지표와 중앙은행 정책에 더 쏠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