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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MIT, 희귀 흑연서 초전도성·자성 동시 구현...과학 상식을 뒤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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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MIT, 희귀 흑연서 초전도성·자성 동시 구현...과학 상식을 뒤엎다

MIT 연구진, 수백 년간 상극이던 두 현상 공존 확인
'키랄 초전도성' 발견으로 재료 과학·양자 컴퓨팅 새 지평
미래 기술 혁명 이끌 획기적 발전 가능성 제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희귀 흑연이 300 켈빈에서 초전도체와 자석으로 모두 작동하는 '키랄 초전도성'을 발견했다. 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희귀 흑연이 300 켈빈에서 초전도체와 자석으로 모두 작동하는 '키랄 초전도성'을 발견했다. 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
수백 년간 상극으로 여겨지던 초전도성과 자성이 희귀 흑연에서 동시에 발견돼 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과학 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발표한 이 놀라운 발견은 초전도체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고 재료 과학, 전자 공학, 양자 컴퓨팅 분야에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초전도 자석의 탄생...상식을 뒤엎는 발견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돼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를 흘려보내는 물질이다. 반면 자성은 자기장을 생성하거나 반응하는 특성을 의미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특성이 서로를 배척하며 공존할 수 없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MIT 연구팀은 이 희귀 흑연 플레이크가 300밀리켈빈(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기 상태를 전환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기존 초전도체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연구진은 이를 '키랄 초전도성'이라고 명명했다.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MIT 물리학 조교수 롱 주(Long Ju)는 "일반적으로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석처럼 행동하는 초전도체를 직접적이고 간단한 증거를 통해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초전도와 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상반되기 때문에 매우 기이한 현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연한 발견과 키랄 초전도성의 메커니즘


MIT 연구팀은 애초에 자기 초전도체를 찾고 있던 것이 아니다. 연필심에 사용되는 물질인 흑연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이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흑연은 수백만 개의 초박막 탄소 시트인 그래핀이 서로 겹쳐져 만들어진다. 특정 조건에서 그래핀은 초전도체처럼 거동하는데, 연구팀은 일반 흑연의 드문 부분에서 발견되는, 약간 어긋나게 배열된 그래핀 층으로 이루어진 '능면체 구조'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일반 흑연에서 이 계단 모양의 능면체 그래핀 조각들을 분리한 후, 각 조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배열된 네 개 또는 다섯 개의 그래핀 층으로 구성했다. 이 조각들을 얇고 평평한 육방정계 질화붕소 위에 올려놓되, 두 재료의 원자 구조가 완벽하게 정렬되지 않도록 약간 비틀었다.

이후 장치를 약 300밀리켈빈까지 냉각한 후 전류를 흘려보내자 전기 저항이 0으로 떨어지며 초전도성이 나타났다. 이때 자기장을 가하자, 물질이 두 가지 초전도 상태 사이를 마치 자석처럼 오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일반적인 초전도체가 자기장 임계점에 도달하면 초전도성을 잃는 것과는 대조적인 매우 특이한 현상이었다.

연구팀은 능면체 그래핀 구조를 가진 다른 5개 샘플에서도 동일한 '키랄 초전도성'을 확인하며, 이번 발견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미래 기술의 지평을 열다


이번 발견은 과학자들이 초전도성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미래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컴퓨팅: 자기 초전도체는 더욱 안정적이고 제어하기 쉬운 새로운 유형의 양자 컴퓨터 큐비트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의료 및 전자 분야: MRI 장치와 같은 의료 기기에 사용되는 더 나은 초전도 자석 개발은 물론, 더 빠르고 스마트한 스위칭 동작을 가진 저에너지 전자 장치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이 소재는 현재 극저온에서만 작동하며, 과학자들이 이 현상이 왜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의 조교수이자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정광 루는 "이 물질에서 우리가 발견한 모든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간단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고, 매우 심오하고 심오한 물리 원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흑연에서의 '키랄 초전도성' 발견은 과학의 오랜 통념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인류의 기술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이 신비로운 물질의 비밀이 완전히 밝혀지고 실제 응용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