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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20년 동안 중국 투자, 중국의 '기술 굴기' 불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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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20년 동안 중국 투자, 중국의 '기술 굴기' 불러 와

세계 최대 공급망·일자리·기술 이전, 이제는 미국에 기술 위협으로 다가와
애플 CEO 팀 쿡(Tim Cook)이 2025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취임식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CEO 팀 쿡(Tim Cook)이 2025년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취임식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애플의 중국 투자가 중국의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는 분석과 주장이 나왔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패트릭 맥기 기자가 펴낸 '중국의 애플: 세계 최고 기업의 포획'(Apple in China: The Capture of the World's Greatest Company, 2025)는 애플과 중국의 20년 협력 관계가 세계 기술산업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 시장과 생산기지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세계 최초 75000억 달러(1260조 원) 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애플의 가장 큰 생산기지이자 두 번째로 큰 소비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애플은 중국 기술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큰 몫을 했다.
애플은 2000년대 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두고 해외자본과 기술을 들여오던 시기에 대만 폭스콘 등과 손잡고 중국에 대규모 첨단 제조 기반을 만들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땅, 기반시설, 인력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폭스콘은 "애플과 함께 일하는 것의 가치는 배우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애플은 중국 현지를 단순히 하청에 그치지 않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관리자 등 핵심 인력을 현지에 보내 중국 기업들과 생산 공정을 함께 만들었다. 애플은 "중국에서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2023년 기준으로 애플은 중국에서 5만 명 이상을 직접 고용했고, 1000명 넘는 연구개발 인력이 포함됐다. 애플 생태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500만 명을 넘는다.

중국 소비자들의 애플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도 애플 성장의 중요한 축이었다. 2010년 베이징 애플스토어 개장 때 5시간 만에 370만 달러(506000만 원) 정도의 아이패드가 현금으로 팔리는 등, 중국 중산층의 '애플 열풍'은 현지 정보기술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자극을 줬다.

애플이 중국에 대규모로 투자하자, 중국 기업들은 애플과 함께 첨단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익히고, 새로운 생산 방식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폭스콘 등 수많은 협력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추게 됐고, 100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1,000여 곳의 공급업체가 애플 공급망에 참여하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적색 공급망'은 중국이 세계 정보기술 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권 침해, 공급망 의존, 기술 유출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2023년 폭스콘 청두공장 등에서는 강제 초과근무, 임금 체불, 차별 등 노동권 침해가 반복해서 드러났다. 애플은 일부 개혁 조치를 도입했지만, 공급망 관리 미흡과 현지 법규 미준수 논란이 이어졌다.

정치적 타협도 있었다. 애플은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VPN 등 앱스토어 내 수천 개 앱을 삭제했고, 중국 이용자 데이터의 현지 저장과 관리에도 동의했다. 2016년에는 중국 정부와 2750억 달러(3762000억 원) 규모의 5년 투자·기술이전 협약을 맺은 사실이 외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현지 경쟁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애플의 중국 의존도는 도전을 받고 있다. 애플은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2024년 기준 애플 제품의 95% 이상이 여전히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중국 공급망을 단기간에 해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중국제조 2025' 등 산업정책으로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화웨이 등 자국 정보기술 기업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중국에 남긴 기술, 생산, 인재 기반은 여전히 현지 산업의 중심축이다.

이처럼 애플과 중국의 관계는 '공생과 경쟁'이라는 복합적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중국 투자는 세계 최대 기업의 성장과 중국 기술산업 발전을 동시에 이끌었지만, 그만큼 양쪽 모두에 새로운 위험과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