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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기차는 왜 사라졌나…美 '100년 전 과오'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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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전기차는 왜 사라졌나…美 '100년 전 과오' 반복될까

지난 1897년 3월 미국 뉴욕 시내에 처음 등장한 전기택시 ‘일렉트로뱃’. 사진=UPS배터리센터닷컴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897년 3월 미국 뉴욕 시내에 처음 등장한 전기택시 ‘일렉트로뱃’. 사진=UPS배터리센터닷컴
20세기 초 전기차가 한때 뉴욕 택시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대중적이었으나 내연기관차의 부상과 정치적 환경 변화로 급속히 퇴조했던 과거를 조명하며 현재 미국이 이같은 역사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1900년대 초반 미국 도로를 달리던 베이커 일렉트릭 쿠페, 라이커 일렉트릭 로드스터 등 초기 전기차는 조용하고 관리가 쉬워 특히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였으며 당시 광고에는 “아내에게 전기차를 선물하라”는 문구가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내연기관차보다 비쌌고 전기를 충전할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 1920년대 들어 석유업계가 연방정부의 세금 감면 혜택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면서 전기차는 경쟁력을 잃었다. 1926년 미 의회는 석유 판매 수익의 27.5%를 세금에서 공제하도록 허용했고 당시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 소속 톰 코널리 상원의원은 훗날 “과학적으로 보이려고 숫자를 정한 것뿐이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1935년까지 전기차는 거의 사라졌다”고 자사 웹사이트에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가 최근 미국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된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을 대거 철회하고 전기차 소유자에게 연간 250달러(약 34만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보조금인 7500달러(약 1023만원) 규모의 전기차 세액공제도 폐지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증권사 번스타인은 “미국 내 전기차 흐름이 둔화되고 있으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등 강한 인상을 주는 제품으로 ‘남성성’을 강조하며 전기차의 이미지를 전환하려 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밀착되면서 진보 성향의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멕시코대 명예교수 버지니아 샤프는 “1900년대 초 전기차가 여성용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테슬라가 독성 남성성과 연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외 지역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로모션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35%, 유럽에서는 25% 증가한 반면, 미국은 1분기 기준 11% 증가에 그쳤다.

전기차 역사에 조예가 깊은 제이 레노 전 토크쇼 진행자는 캘리포니아 버뱅크 자택 차고에 1909년형 복원 베이커 일렉트릭을 보관하고 있으며 매년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탈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기차는 유지비가 낮고 밤에 저렴한 전기로 충전이 가능하다”며 “남자들은 뭔가 굉음을 내고 폭발하는 걸 좋아해서 내연기관차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전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전기차 초기 개발자인 앤드루 라이커의 손자 리처드 라이커는 “거리 구석구석에 충전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할아버지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공공 충전소 건설에 75억 달러(약 1조230억원)를 책정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예산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