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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에 중국 판매 전면 중단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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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에 중국 판매 전면 중단 명령

케이던스·시놉시스 등 EDA 업체 대상...중국 AI 칩 개발 차단 노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확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은 최근 주요 EDA 업체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EDA 등에 중국에 대한 기술 공급 중단을 지시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모든 미국 EDA 회사가 서신을 받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지정학적 라이벌보다 기술 우위를 추구하기 때문에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막으려는 행정부의 새로운 중요한 노력을 나타낸다. 지난 4월 미국은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AI 칩 수출을 제한했다.

◇ 중국 EDA 시장 80% 장악한 美 3개 기업 타격


EDA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칩 설계자와 제조업체가 차세대 칩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시놉시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스, 독일 지멘스의 자회사인 지멘스 EDA는 중국 EDA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조치의 직격탄을 받은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는 상당하다. 2024 회계연도 시놉시스는 중국에서 거의 10억 달러(약 1조3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약 16%를 기록했다. 케이던스는 중국 매출이 5억5000만 달러(약 7500억원)로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시놉시스 주가는 발표일 9.6% 떨어졌고, 케이던스 주가는 10.7% 급락했다. 지난해 시놉시스가 350억 달러(약 48조1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미국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회사 앤시스 주가도 5.3% 내렸다. 이 거래는 여전히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 무역 협상 중 새로운 압박 카드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90일간 보복 관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한 후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전 중앙정보국 중국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존슨은 새로운 수출 통제가 "제네바에서 이뤄진 관세 휴전의 타고난 취약성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위험관리 자문회사 차이나 스트래티지 그룹을 이끄는 존슨은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지배력을 성공적으로 활용해 미국을 제네바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매파들은 수출통제 무기가 여전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고 말했다.

상무부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전략상 중요한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어떤 경우에는 검토가 계류 중인 동안 기존 수출 허가를 중단하거나 추가 허가 요건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에도 중국 화웨이가 미국 EDA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화웨이는 '어센드' AI 칩으로 엔비디아의 떠오르는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최근 수출통제로 중국의 AI 생태계를 방해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연속된 시도가 실패했다고 경고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정교한 칩 설계 소프트웨어의 중국 판매 제한을 도입했지만, 회사는 계속해서 중국에 수출통제 준수 제품을 팔았다.

한편 수출제한으로 엠피리언 테크놀로지, 프리마리우스, 세미트로닉스 등 중국 EDA 경쟁 업체들이 최근 몇 해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