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고율 관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한계와 국제 신뢰도 저하 등 다면적 위험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1일(이하 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법원이 지난달 28일 대부분의 관세 부과를 잠정 중단하는 판결을 내리자 백악관은 즉각 우회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빠르게,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관세 추진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행동이 빨라야 한다. ‘트럼프 타임(Trump time)’은 느림이 아니다”고 말하며 비판 여론에 정면 대응했다. 트럼프 타임은 미국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은어적 표현으로 정상적인 정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밀어붙이는 트럼프식 속도전을 뜻한다.
일부 보좌진은 이번 법원 판결을 단순한 ‘걸림돌’로 간주하며 “관세는 트럼프 경제 유산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기조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피터 나바로 전 무역고문을 비롯한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정책 집행 방식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겨왔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부터 줄곧 관세를 핵심 무역 도구로 삼아왔다”며 “소셜미디어 밈 같은 것 때문에 방향을 바꾸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 참모들은 행정부 내부의 전략 검토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티븐 무어 전 경제자문위원은 “관세는 사실상 세금인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인상할 권한은 없다”며 “결국은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백악관은 기존의 10% 일괄관세 대신, 6개월간 최대 15%까지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 조치’를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조치는 의회 승인 없이도 단기간 관세 인상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법적 효력이 입증된 적은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 관세'로 불리는 관세안 도입 과정에서 국가비상사태법(IEEPA)을 근거로 삼았으나 법원은 이 권한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 권한이 아닌 새로운 법적 수단을 모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에버렛 아이센스타트 전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은 “관세는 대통령의 핵심 지렛대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미국의 불확실한 무역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다음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고립된 협상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중국은 우리와 맺은 협정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내가 145% 관세를 대폭 낮춘 것은 중국 경제를 구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관세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경제 기조를 상징하지만 법원 제동과 국제 반발, 실무 준비 부족 등이 겹치며 정책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란 지적이다.
릭 헤스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식 관세 전략은 하나의 실험이며, 이 방식이 실제 효과를 낼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