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브로츠키는 제1야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으며 ‘강한 폴란드’를 기치로 내세운 선거운동을 벌여왔다.
이번 대선은 나브로츠키와 자유주의 성향의 라팔 트르자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 간 양자대결로 치러졌다. 트르자스코프스키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한 데 반해 나브로츠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 지지를 받으며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었다.
나브로츠키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권총 사격장과 권투 링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강한 남성상을 부각시켰다. 또 ‘폴란드 우선’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난민 문제에 대해 "다른 이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부터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 시민부터 먼저 챙기자"는 입장을 밝혔다.
나브로츠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은 지지하지만 우크라이나의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100만명 이상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해온 폴란드 내 여론을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폴란드 국립기억연구소(IPN) 소장을 지냈으며 총기 소유 권리와 전통적인 가족 가치, 기독교 문화를 강조해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1차 투표에서 15%를 얻은 극우 성향의 슬라보미르 멘첸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주력했다.
나브로츠키는 퇴임을 앞둔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법과정의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다는 지난 정부 시절 EU가 사법 개혁을 문제 삼자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나브로츠키는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고령자 소유의 주택을 매입한 방식과 과거 조직 폭력성 집단싸움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그는 "내 모든 스포츠 활동은 심장과 근육, 주먹의 힘으로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정면 반박했다.
한편, 폴란드의 이번 대선 결과는 중·동유럽 정치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나브로츠키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나 슬로바키아의 피초 총리와는 달리 군사적 지원은 유지하되 동맹 편입에는 반대하는 '선긋기' 전략을 택하면서 한국 정부의 동유럽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폴란드는 한국과 방산 협력을 강화해온 주요 국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국 기업은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대규모로 수출한 바 있다.
나브로츠키 정권이 기존의 군사·안보 협력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폴 방산 파트너십은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