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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만 국민, 틱톡 애용하는 젊은층일수록 ‘中 통일 주장’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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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만 국민, 틱톡 애용하는 젊은층일수록 ‘中 통일 주장’에 공감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각) 대만 국경일을 맞아 수도 타이베이 시내 육교 위를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0월 12일(현지시각) 대만 국경일을 맞아 수도 타이베이 시내 육교 위를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대만의 틱톡 이용자들이 중국의 통일 주장과 반민주적 서사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계 글로벌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대만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더블싱크랩이 지난 3월 대만 전역에서 정치와 민주주의, 양안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틱톡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대만 국내 문제에 대한 비판에 공감하거나 중국과의 통일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틱톡을 주당 14시간 이하로 사용하는 집단에서는 사용 시간이 많을수록 통일 지지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14시간 이상 사용한 집단에서는 다시 낮아지는 ‘역U자형’ 양상을 보였다고 더불싱크랩은
더블싱크랩의 에릭 수 연구원은 “활발한 틱톡 이용은 사용자로 하여금 반민주주의적 태도와 중국 정부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전통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집단에서도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더블싱크랩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여당인 민진당(DPP) 지지자 중 틱톡을 사용하는 이들 가운데 ‘양안 평화를 위해 대만의 민주주의를 포기해도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26.8%로 틱톡을 사용하지 않는 민진당 지지자(16.8%)보다 10%포인트 높았다.

또 ‘민진당은 중국공산당과 다를 바 없으며 대만은 표현의 자유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 비율도 틱톡 사용자(23.9%)가 비사용자(9.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틱톡은 중국 IT 대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확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만에서도 정부 공공기관에서는 틱톡 사용이 금지돼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외교 전략에 부합하도록 민감한 콘텐츠를 검열했다는 내부 문건을 가디언이 보도한 바 있다. 또 2023년 미국 러트거스대 산하 네트워크전염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틱톡의 알고리즘은 친중국 콘텐츠를 강화하고 반중 목소리는 억제하는 성향을 보였으며 이같은 콘텐츠 다수는 중국 국영기관과 연계된 계정에서 유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국립양명교통대의 타이 위후이 조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창당 초기부터 ‘총’과 함께 ‘펜’(선전전)을 중시해 왔다”며 “대만은 중국의 선전전 최전선에 놓여 있고 틱톡은 그 일환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틱톡을 이용하는 대만 젊은층이 많지만 중국 내에서 운영되는 도우인(중국판 틱톡)은 콘텐츠 구성과 검열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천티터스 국립정치대 연구원은 “틱톡 사용자의 다수는 정치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찾지 않더라도 알고리즘이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알아서 노출시킨다”며 “그렇다 해도 틱톡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콘텐츠를 확산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