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5일 사이버트럭의 각종 결함과 부정적 여론 속에 주가가 급락하며 하루에만 1500억 달러(약 207조375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테슬라 사상 최대 규모의 하루 낙폭이다.
사이버트럭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역대 최고의 제품”이라고 칭했던 차량으로 지난 2019년 11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 그는 3만9900달러(약 5500만원)의 가격에 최대 500마일(약 805km)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본격적인 양산은 수차례 지연됐고 2023년 11월 말 처음으로 고객 인도가 시작됐을 때 차량 가격은 10만 달러(약 1억3800만원)로 껑충 뛰었다.
WSJ는 “사이버트럭은 현재까지 8차례 리콜됐으며 내부적으로도 이미 판매 전부터 결함이 보고됐던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속 페달 패드가 떨어져 페달 위에 끼이거나 앞유리 와이퍼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 외장 패널 접착제가 떨어져 주행 중 부품이 분리되는 문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 플로리다주 보인턴비치에 거주하는 은퇴 은행원 데이비드 피크는 지난 3월 사이버트럭을 7만2000달러(약 1000만원)에 구입했지만 차량의 여러 결함을 지적하면서 “사이버트럭은 테슬라 역사상 가장 큰 기업적 실책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리드 토마스코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10만2000달러(약 1억4000만원)에 구매한 사이버트럭으로 미국 횡단을 마친 후 겨울철 뉴햄프셔에서 주행 중 외장 금속 패널이 떨어져 나갔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트럭을 테슬라에 반품했고 테슬라는 구입가에 가까운 금액으로 차량을 매입했다.
사이버트럭의 실망스러운 판매 실적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사이버트럭을 약 7100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포드자동차의 인기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도 4만대에 못 미쳤다.
테슬라는 최근 0% 할부 금융, 무상 업그레이드 제공 등 각종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저가형 모델도 출시했다. 그러나 WSJ는 “이미 사이버트럭이 머스크 CEO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결합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브로맨스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테슬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오너들은 차량을 운전 중 비난 낙서나 욕설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테슬라 직원들은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X에서 쏟아내는 발언이 마치 지시처럼 받아들여졌고 이로 인해 일부 설계는 급히 변경됐으며 테스트 기간도 충분치 않았다고 증언했다. 앞유리 유리창만 해도 6피트(약 1.8m) 정방형 구조로 무게와 크기 때문에 취급 중 파손되는 사례가 많았으며 초기 설계가 폐기된 뒤 새로운 소형 버전이 도입됐다고 한다.
WSJ는 머스크가 과거 “모델X의 매의 날개(falcon doors)가 최대 실수였다”고 말한 바 있다며 이번 사이버트럭이 그보다 더 큰 실패작으로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