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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스쿨 학생 3분의 1 이상 시험 시간 연장 편의 받아...장애인법 남용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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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로스쿨 학생 3분의 1 이상 시험 시간 연장 편의 받아...장애인법 남용 논란 확산

미국 페퍼다인 등 로스쿨서 편의 제공 비율 급증,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음의 상관관계
시험을 보고 있는 미 로스쿨 학생들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험을 보고 있는 미 로스쿨 학생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법학대학원(로스쿨)에서 시험 시간 연장 등 장애인 편의 제공이 남용되며 부정행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내 로스쿨 학생 중 3분의 1 이상이 시험 편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경쟁 환경에서 불공정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난 4(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아 워크스먼(27)2023년 여름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 있는 페퍼다인 카루소 로스쿨에 입학했다. 워크스먼은 첫 기말고사에서 강의실이 비어 있는 현실을 목격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반에는 60명에서 70명이 있었으나, 적어도 30명이 결석했다"고 말했다. 결석한 학생들은 미국 장애인법(ADA)에 따라 별도의 시험 공간에서 연장된 시간을 받아 시험을 쳤다. 이는 학습, 독서, 집중 등 주요 생활 활동에 지장을 주는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제공해야 하는 시험 편의로, 로스쿨에서는 최대 4시간까지 추가 시간이 허용된다.

페퍼다인 대학교 학생 여러 명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이 학교 법대생 3분의 1 이상이 시험 편의를 받고 있으며, 가장 흔한 것이 시험 시간 연장이다. 학교는 지난해 타운홀 미팅에서 이 통계를 확인했으며, 다른 여러 로스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학교는 서면 성명을 통해 이 수치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며, 학생들이 시험장에 결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쿨들은 편의 제공 비율을 공개하지 않지만, 2023년 오리건 로 리뷰(Oregon Law Review) 논문은 주 공공기록법을 통해 입수한 공립 로스쿨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 이후 편의 제공이 늘기 전인 2021년 기준 캘리포니아 대학교 헤이스팅스(UC 로스쿨 샌프란시스코) 편의 제공 비율이 21.3%, UC 어바인은 25.5%라고 밝혔다. 페퍼다인 등 사립 로스쿨은 공공기록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위원회(Law School Admissions Council)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로스쿨 신입생 중 정신적 또는 신체적 장애가 있다고 답한 학생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편의 제공이 필요하지 않은 많은 학생들이 편의 제공을 통해 진학에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California Bar Exam)의 편의 제공률은 약 7%에 그친다.

건강한 마음 새크라멘토 심리학 서비스(Healthy Mind Sacramento Psychology Services)"로스쿨에서 편의를 제공받더라도 캘리포니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추가 서류 제출과 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DHD, 심리적 장애 또는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은 심리학자 등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의료 기록 검토, 면접, 심리 및 학업 시험 등 세부 정보가 포함된 상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ADHD나 학습 장애는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하며, 시험에서 실제로 장애가 기능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대부분의 로스쿨은 독립적인 장애 평가를 실시하지만, 학부 과정 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K-12) 기간 동안의 이전 진단과 편의 제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페퍼다인 로스쿨은 "학생이 허위 명목으로 장애인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발견되는 모든 증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제공자의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독립적인 절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장애인법(ADA) 및 기타 연방 장애인법을 "엄격히 지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 학생들은 편의 제공 시스템이 조작하기 쉽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인정한다. 워크스먼은 "첫 학기 이후 관대한 기준에 대해 알게 된 학생들도 있었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시험에서 추가 시간을 받는지 본 학생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시는 시험장에서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같은 편의를 받기 위해 계속 노력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법대생들은 매우 경쟁적인 환경에서 평가를 받는다. 성적이 취업 전망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많은 로스쿨에서 평균 학점이 하위 20% 또는 절반 이하일 경우 조건부 장학금이 줄거나 취소된다. 페퍼다인 학생들은 반에서 상위권에 속하고, 로 리뷰에 등재되고, 주요 로펌에서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얻은 많은 학생들이 시험 시간이 더 길었다고 말한다. 페퍼다인 대학 측은 장애 학생들이 이러한 집단에서 불균형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워크스먼과 한 반 친구는 지난해 1월 행정부에 편의 제공 규정을 검토해 달라고 촉구하는 청원서를 배포했다. 청원서에는 편의 제공이 "진정한 장애를 수용하기에 적절하지만", 페퍼다인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변호사 협회의 요금 차이는 "만연한 남용에 대한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그룹 채팅에서 청원서를 공유한 후, 워크스먼은 학교 측으로부터 "특별히 배려받는 학생들을 괴롭히고, 교실 밖에서 스토킹하며, 캠퍼스에서 적대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학생부 부학장과의 회의에 불려갔다. 워크스먼은 혐의가 "명백히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페퍼다인은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오리건 로 리뷰 연구는 "편의 제공을 받는 학생 비율과 해당 학교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경쟁 환경에서 인센티브 왜곡을 초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스쿨 관계자나 전문가들 중에는 주 정부가 로스쿨이 각 사법고시 기준에 맞게 기준을 조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공적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시장의 일반적 평가로는 연방 정부가 각 로스쿨에 편의 제공 비율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워크스먼은 "우리 교육 시스템은 스스로를 실망시키고 있다""현실은 편의 제공 남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페퍼다인 대학교뿐 아니라 미국 전국 로스쿨에서 시험 편의 제공 남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학교들은 장애인법 위반 또는 장애 학생 차별로 인식될까 봐 기준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가 진정한 장애 학생에게 피해를 주고,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에게는 보상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