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연구비 깎기와 외국 학생 규제로 인재 빠져나가

네이처 잡지가 자사 구인 사이트 자료를 살펴본 결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첫 몇 달 동안 미국 과학자들이 해외 일자리를 찾는 일이 작년 같은 때보다 캐나다 41%, 유럽 32%, 중국 20%, 다른 아시아 나라들이 39%씩 각각 늘어났다. 반대로 미국 일자리를 찾는 해외 지원자는 캐나다에서 13%, 유럽에서 41% 각각 줄었다.
마샤 맥넛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장은 "이는 과학 강국이 되려는 경쟁이며, 절대로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며 "60세까지 다시 연구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앞서 나가는 동안 멈춰 섰던 그 세월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국립과학재단 지원금 35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
미국 기초과학 연구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국립과학재단은 이미 35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과학 분야 예산을 더 깎는 일이 '크고 아름다운 법안'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대학들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학생 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다. 하버드대학교가 맞서고 있지만, 해외 학생 뽑기가 아예 금지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핵심 분야'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학들이 박사과정 새 학생들한테 입학 허가를 축소하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미국 연구실에서 많은 학생을 끌어오고 있다. 프랑스 엑시마르세유대학교는 미국 과학자들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마련한다고 발표했다가 지원자가 몰려들자 지원 창구를 닫았다.
이런 가운데 한 미국 노벨상 수상자는 연방 지원금이 끊어진 뒤 중국으로부터 실험실을 옮기면 20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이메일을 받았지만, 중국의 제안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이에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들은 이런 현상을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인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적었다.
◇ 젊은층까지 과학 분야 기피 우려
크리스 임피 애리조나대학교 천문학 교수는 "순수과학, 천문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는 외국 연구자들을 대신할 만한 수준의 미국 지원자로 그 빈자리를 채울 길이 없다"고 말했다.
임피 교수는 "낙관론자들은 과학이 한 정부 정책을 뛰어넘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고, 나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지만, 젊은 연구자들이 받는 타격은 과학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며 "마치 과학계 전체 밑바닥에서 깔개를 확 빼버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 있는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뿐만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연구 분야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똑똑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들이 꼭 과학에 들어올 필요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백악관은 제도 바뀜이 과학의 황금기를 열고 국민 신뢰를 다시 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유학생을 떨어뜨려 생긴 자리를 미국인 지원자들로 채울 수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이런 생각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편 맥넛 회장은 과학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올해 가을에 대학원에 들어간다면, 박사 학위를 받는 4~5년 뒤에는 지금의 혼란이 끝나 있을 것"이라며 "그때 당신은 인재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울 새로운 박사가 되어 나올 수 있다"고 격려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