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성향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을 동원하는 방안을 오래전부터 검토해 왔으며, 이번 조치는 그 첫 단계로 풀이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7일 밤 국방부에 LA 시위 진압을 위해 최소 2000명의 주방위군 병력을 60일간 연방 지휘하에 동원하라고 명령했다.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반발해 벌어진 이번 시위가 연방정부의 기능과 자산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명령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ICE 요원과 연방정부 건물 보호 임무를 부여했으며 필요시 현역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반란법’은 발동하지 않았다.
현행 ‘포세 코미타투스 법(Posse Comitatus Act)’에 따르면 미군이 국내에서 경찰권을 행사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다만 대통령이 연방 법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1807년 제정된 반란법을 근거로 군을 투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연방정부 권위에 대한 반란의 형태"라고 주장하며 이를 기반으로 병력 투입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교전 규칙(ROE)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스티븐 블라덱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병력의 권한이 제한돼 있으며 시위대를 향한 물리력 행사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군 교전 규칙을 ‘제약’이라며 비판해 왔고, 군 법무관을 대거 해임한 전례가 있어 이번 병력 투입이 자의적 폭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8일 SNS에 올린 글에서 “LA 시위는 ICE의 이민 단속을 막으려는 폭력적 군중의 공격”이라면서 “불법 이민자들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히나 샴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국가안보프로젝트 국장은 “무기를 든 이가 군인이든 아니든 헌법과 특히 수정헌법 제1조는 여전히 적용된다”면서 “병력의 행위는 엄격한 헌법적 제한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력 투입을 승인하지 않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뉴섬 주지사는 7일 밤 성명을 통해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지휘권을 장악하고 2000명의 병력을 투입하려 한다”면서 “이는 의도적으로 도발적인 행위이며 긴장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북부사령부는 8일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예하 여단 전투팀 일부가 이미 LA 지역에 도착했으며 배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문에는 병력 파견 지역이 로스앤젤레스에 한정되지 않고 시위가 벌어지거나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실제로 헤그세스 장관은 SNS에서 캠프 펜들턴 해병대 병력이 고도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타주(他州) 주방위군 병력을 캘리포니아에 보내거나 향후 현역군까지 동원할 경우 정치적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곧바로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뉴섬 주지사는 “현재 추가 병력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폭력은 절대 용납되지 않지만 대통령에게 구실을 주지 마라”고 시위대에 자제를 요청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연방법 제10편 12406조는 ‘주지사를 통해 명령이 하달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주지사 동의 없는 연방 지휘권 전환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아이오와 유세에서도 “다음번엔 주지사나 시장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한편, ACLU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해 시위 진압 병력 동원에 관한 소송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침해를 근거로 한 헌법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