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슬로바키아서 생산 시작, 10월 영국서 EV4 첫 선...멕시코서 K4도 수출"

기아는 최근 SUV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해치백과 세단 등 다양한 모델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해치백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감안해, 완전히 새로운 가족형 해치백 라인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신차 중 첫 번째는 전기차 EV4로, 올 8월부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된다. EV4는 기아가 유럽 현지에서 생산하는 첫 전기차로, 올 10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출시될 계획이다.
신형 K4는 멕시코 공장에서 해치백과 세단 형태로 제작된다. K4 해치백은 5도어 모델로, 실내 트렁크 용량 등 실용성을 강조하며 유럽 시장을 겨냥한다. K4는 해치백과 세단, 부동산 버전 등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K4 부동산 버전은 현재 테스트 중으로, 올해 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테드 리 부사장은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해치백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크다"며 "기아는 앞으로도 해치백 모델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V4와 K4 해치백을 통해 기존 시드(Ceed) 모델의 유럽 퇴출 이후 공백을 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테드 리 부사장은 2002년 기아 영국법인 설립 당시 첫 한국인 직원으로 입사해 현재 기아 글로벌 비한국권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기아의 유럽 판매는 2024년 전년보다 살짝 줄었지만, 2020년보다는 30% 넘게 늘었다. 영국 시장에서는 최근 3년 연속 10만 대 넘게 판매했으며, 2025년 판매량 기준으로 3위 브랜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테드 리 부사장은 "현재 영국에서 기아는 매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2025년 판매량 기준으로 2위 BMW와 불과 300대 차이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드 리 부사장은 "시장은 더 어려워졌지만, 기아는 가격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브랜드 가치와 잔존가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아는 고객 수요에 맞춰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딜러 할인 없이 판매한다"며 "이런 전략은 매우 강한 결단력과 원칙의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아 신차 전략은 유럽 해치백 시장에서 폭스바겐 골프와 맞서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와 잔존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EV4와 K4 해치백은 현지 생산과 수입을 병행해 유럽 시장 내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V4는 유럽 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제한적으로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드 리 부사장은 "기아의 힘을 시장에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객 경험 개선과 애프터서비스, 부품 공급 강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전략이 기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