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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남, LA 시위에 ‘루프톱 코리안’ 소환…무장 시민 개입 선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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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남, LA 시위에 ‘루프톱 코리안’ 소환…무장 시민 개입 선동 논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9일(현지시각) X에 올린 글과 사진. 사진=X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9일(현지시각) X에 올린 글과 사진. 사진=X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를 두고 ‘루프톱 코리안(Rooftop Koreans)’을 소환해 사실상 무장한 민간인의 개입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루프톱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는 문구와 함께 지난 1992년 LA 폭동 당시 총기를 들고 건물 옥상에서 가게를 지키는 한국계 이민자의 모습을 담은 밈을 게시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이같은 표현은 단순한 역사적 언급이라기보다 최근 격화된 시위 상황에 시민들이 무장을 통해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루프톱 코리안은 지난 1992년 4월 백인 경관들의 무죄 판결에 항의해 촉발된 LA 폭동 당시 한국계 상인들이 무기를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 약탈로부터 자신의 생업을 지키려 했던 행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당시 이들은 자경단 역할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방어했으나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인종 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주니어의 발언은 이같은 복합적 맥락을 무시한 채 현재 상황에 해당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소환한 것으로 미국 내 인종·이민 갈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의 글이 올라오기 직전인 지난 7일부터 LA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체류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위대는 차량을 불태우고 경찰을 향해 폭죽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동원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LA 카운티 전역에서 이번 작전으로 118명의 불법 이민 혐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연방 통제 하에 두겠다며 주 방위군 병력의 투입을 지시했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를 “주권을 침해한 위헌 행위”라고 반발했다. 뉴섬 주지사는 X를 통해 “이건 대통령이 아닌 독재자의 행위”라며 “잡고 싶으면 잡아보라. 멈추지 않겠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서 “뉴섬과 카렌 배스 LA 시장은 이번 LA 폭동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이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소란을 피우는 반란자들”이라고 비난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가 멈추지 않을 경우 해병대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주니어가 ‘루프톱 코리안’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1992년 자경단 사례를 모범처럼 인용하면서 일반 시민의 무장 개입을 정당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내 한인 사회 일각에서도 해당 발언이 한인 커뮤니티 전체를 특정 정치적 이미지로 소환하는 위험한 언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