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중 18명 구조…'위험물 컨테이너'가 원인으로 지목
컨테이너 50개 바다로… 2차 폭발·해양오염 우려 커져
컨테이너 50개 바다로… 2차 폭발·해양오염 우려 커져

사고 선박은 싱가포르 국적의 4,333TEU급 컨테이너선 '완하이 503호'(2005년 건조)다. 스리랑카 콜롬보를 떠나 인도 뭄바이로 가던 중 9일 오전 케랄라주 아지칼에서 남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바다에서 폭발했다. 선박 앞쪽 화물창에서 큰 폭발 소리와 함께 불이 났고, 이 과정에서 컨테이너 약 50개가 바다에 빠졌다. 선원들은 즉시 긴급 구조 신호를 보냈다.
사고 직후 인도 해군과 해안경비대는 도니어 항공기와 구조함정 등을 현장에 서둘러 보내 구조와 진화 작업에 나섰다. 선원들은 구명정으로 대피했으며, 마침 그곳을 지나던 상선이 이들을 구조했다. 구조된 18명은 대부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하지만 처음 불을 끄는 과정에서 실종된 선원 4명(대만 2명, 인도네시아 1명, 미얀마 1명)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악천후 속에서 해상과 공중 수색을 이어가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 위험물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
사고 원인으로는 위험물 컨테이너를 잘못 다루었을 가능성이 나온다. 완하이 503호에는 불에 잘 타는 액체나 유독성 화학물질 같은 여러 위험물이 실려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 인도 해양당국과 싱가포르 해사항만청(MPA)은 함께 화물 목록과 선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폭발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 특히 위험물 관리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바다로 흘러 들어간 컨테이너에 따른 2차 피해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일부 컨테이너에 위험물질이 들어있을 것으로 보여 해양 환경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 당국은 바다에 빠진 컨테이너가 다른 배의 항해를 방해하거나 바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 기름막이를 설치하는 등 오염 방지 작업에 나섰다. 또, 불이 난 선체가 바다를 표류하면서 2차 폭발이나 큰 기름 유출의 위험도 남아 있다.
◇ 국제 공조와 함께 해상 운송 안전 경고등
이번 사고는 여러 나라 선원이 탔던 만큼 국제 공동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미얀마 정부는 사고 수습에 협력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해사항만청은 국제해사기구(IMO)에도 관련 소식을 알렸다. 최근 컨테이너선 화재는 해운업계의 주된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보험사 알리안츠는 '2025년 안전 및 해운 보고서'에서 위험물을 허위로 신고하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지난해 일어난 선박 화재가 10년 만에 가장 많았고, 그중 30%가 컨테이너선, 화물선, 로로선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선박 규모와 소화·구조 작업의 복잡성 때문에 위험은 여전히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