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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기 정책 전면 뒤집기... 대법관·무역협정까지 "과거 실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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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1기 정책 전면 뒤집기... 대법관·무역협정까지 "과거 실수" 평가

공화당 내 기존 세력 영향력 약화로 독자노선 강화...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혼란
트럼프 2기는 트럼프 1기의 연장이 아니라 전혀 새롭고 강해진 트럼프를 보여준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2기는 트럼프 1기의 연장이 아니라 전혀 새롭고 강해진 트럼프를 보여준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자신의 1기 시절 주요 성과들을 전면 부정하며 정책 노선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 지난 9(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관 임명부터 무역협정, 외교정책에 이르기까지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들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2기는 상당 부분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대통령이 전임자의 업적을 취소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전임자가 자기 자신일 때는 더욱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대법관 임명부터 무역협정까지 "과거는 실수"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최대 성과로 평가받던 대법관 임명마저 뒤집히고 있다. 그는 1기 동안 대법원에 중도 보수 성향 인사들의 압도적 다수를 구축하고 연방 항소법원을 보수 성향으로 바꿨다. 이는 낙태, 소수자 우대 정책, 총기 규제 등에서 보수 진영의 법률 승리를 가능하게 했고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그 판사들 가운데 다수가 실망스러웠으며, 판사 선정 과정에서 잘못된 보좌관들의 말을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세법 개편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1기 주요 입법 성과였던 세법 단순화와 경제성장 촉진 패키지에서 지지자들은 주 및 지방 세금 공제 상한선이 주 정부로 하여금 세금과 지출을 줄이고 주 정부 간 공정성을 촉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감세안 연장을 시도하면서도 팁과 초과근무 등 새로운 세금 감면을 통해 세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세금이 높은 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상한선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외교정책에서는 더욱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에서 탈퇴하면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열렬히 추진하고 있으며, 그 협상이 지속적인 농축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무역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캐나다·멕시코와 맺은 무역협정을 "우리가 지금까지 서명한 것 중 가장 공정하고 균형 잡히고 유익한 무역협정"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현재는 양국 수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재 체결된 협정은 양국이 미국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평가를 바꿨다.

◇ 공화당 내 기존 세력 영향력 약화가 배경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공화당 내 세력 판도 변화가 꼽힌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기존 공화당원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동맹이 될 것이라고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트럼프 이전 공화당원 대부분은 당을 떠나거나, 트럼프 공화당원이 되거나, 트럼프 연합의 하위 동반자로 남는 것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공중보건기관 인사들의 공통점은 1기 동안 시행한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했다는 점이다. 한편 1기 외교정책 지명자 중 일부는 보안 허가를 철회당했고, 현 부통령은 전임 부통령이 러시아와의 핵전쟁을 원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당의 낡은 정서를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그는 자신의 선호에 대해 더 자신감 있거나 완고해졌을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든 것이라도 현상 유지를 파괴하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말하고 있는 것은 마지막 임기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를 너무 많이 억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로 하여금 잘못된 정책을 추구하고 잘못된 사람들을 고용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에 대해서는 여전히 때때로 전술적 후퇴를 하고 있다고 보도는 덧붙였다.

한 공화당 관계자는 "한때 사람들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이제 그들은 자신이 민주당원이라고 말하기를 부끄러워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혼란에 빠진 것은 지난해 11월 선거 패배가 예상 밖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 다수는 트럼프 1기 초중반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가 바이든 시절보다 경제나 사회 상황이 더 나았다고 판단해서 다시 트럼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어려웠던 트럼프 1기 마지막 해도 유권자들은 트럼프 책임으로 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는 전했다.

보도는 "역설적으로 유권자들이 트럼프 1기 초중반의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에게 표를 줬지만, 그 결과 트럼프로 하여금 1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대통령직을 펼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