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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LA 시위 군투입…‘계엄령’ 위한 수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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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LA 시위 군투입…‘계엄령’ 위한 수순 논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에 반발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배치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병력이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청사 앞에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 단속에 반발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배치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병력이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청사 앞에 배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단속에 반발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위에 군 병력을 투입한 강경한 조치가 단순한 치안 대응이 아니라 향후 ‘계엄령 수준의 비상권력 행사’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LA에서 벌어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불법체류자 체포 작전 이후 격화되고 있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주 방위군 2000명을 투입한 데 이어 해병대 병력 700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러나 10일(이하 현지시각) CNN과 악시오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같은 조치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 방위군을 연방군으로 전환한 전례 없는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도시를 군사화하고 공화국의 토대를 위협하는 폭거”라고 반발하며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강경 대응은 단순한 공권력 차원의 질서 회복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Insurrection Act)’ 발동을 포함한 계엄령 수준의 비상조치를 시험하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LA 시위대를 가리켜 “전문 선동가이자 반란자들”이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반란법’은 지난 1807년 제정된 연방법으로 민간의 법집행력이 무력화됐을 경우 대통령이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주지사의 요청 없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발동하는 사례는 1960년대 이후 없었다. 이번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법 발동은 하지 않았지만 그 전단계로 해석되는 조치를 이미 단행한 셈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를 반란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반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백악관 고문인 스티븐 밀러는 이미 이번 사태를 “반란 사태”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CNN은 “해병대와 주 방위군의 투입은 본격적인 군 개입으로 가기 위한 ‘점진적 수위 조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번 조치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그 실패를 명분 삼아 보다 강경한 군사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정치적 구도가 마련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하는 전략은 과거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 당시 군 투입을 검토했다가 군 수뇌부의 반대로 무산됐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당시엔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방부 장관에 폭스뉴스 출신의 피트 헤그세스가 임명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구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LA 사태는 단순한 시위 진압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계엄령급’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법적 환경을 시험하는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