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發 관세 리스크에 포드 '투자 결정 보류'… 두 번째 공사 중단
K-배터리 북미 공급망 전략 '빨간불'… 현지 투자 심리 위축 우려
K-배터리 북미 공급망 전략 '빨간불'… 현지 투자 심리 위축 우려

에코프로비엠은 10일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르에 짓고 있는 양극재 공장 공사를 6월 초부터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5월 포드·SK온과 합작 계획을 발표하며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으나 지난해 8월 포드 측이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공장 설계를 다시 평가한다"며 공사를 중단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포드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포드 캐나다의 제니퍼 라이트 대변인은 오토모티브 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직 최종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고, 파트너사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 리스크'가 발목…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이번 공사 중단의 배경에는 미국의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5년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캐나다·멕시코산 일부 배터리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장벽을 본격적으로 높인 것이 결정타가 됐다. 여기에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며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캐나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협회(APMA)의 플라비오 볼페 회장은 "트럼프 관세가 이번 투자에 차가운 냉기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포드 처지에서 파트너들과 미국 시장 공급을 위해 캐나다에 12억 달러(약 1조6405억 원)를 투자하려 한다면 당연히 잠시 멈추고 지켜볼 것"이라면서 "포드는 '캐나다에 투자하는데 미국에서 10% 관세 장벽에 부딪힐까?'라고 자문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해진 것도 투자 부담을 키웠다. 높은 금리와 부족한 충전 시설, 줄어든 보조금 탓에 북미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계획을 미루거나 줄이고 있다.
◇ 'EV 밸리'의 흔들리는 미래…공급망 전체에 '경고등'
베캉쿠르 공장은 한 해 4만5000t의 양극재를 만들어 포드 전기차 22만5000대에 쓸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핵심 시설이다. 이번 공사 중단으로 GM-포스코, BASF, 노스볼트 같은 다른 세계적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는 베캉쿠르 현지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시장 여건이 나아지고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면 공사 재개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