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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둔화 본격화’ 조짐…트럼프 관세·이민정책 여파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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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경제 ‘둔화 본격화’ 조짐…트럼프 관세·이민정책 여파 현실화

지난 2011년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에 위치한 러트거스대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1년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에 위치한 러트거스대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가 올 상반기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온 관세 인상과 이민 제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가 수개월간 모호한 신호를 보내다 쵝근 들어 성장과 고용 모두에서 확연한 둔화세가 나타났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고용 3개월 연속 부진…“노동시장 경고음”


WSJ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7만3000명에 그쳤고 앞선 두 달의 수치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 급감기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분기별 고용 증가폭이다.
이에 대해 피치레이팅스의 올루 소날라 미국경제 연구책임자는 “노동시장이 경고음을 울렸다”고 분석했다.

고용 감소는 특히 제조업·광업·도소매 등 경기 민감 업종에서 집중됐다. 이들 업종은 3500만명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핵심 분야다. 여행·여가, 지방정부 고용도 감소했으며 최근 몇 달간 신규 고용은 보건의료 등 경기변동에 덜 민감한 분야에 편중됐다.

◇ 민간 수요 침체…GDP 3%에도 소비·투자 위축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3%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수입 감소에 따른 통계상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출과 재고, 무역을 제외한 ‘최종 민간 판매’는 1.2% 증가에 그쳐 2022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소비지출 자료도 2분기 전체 기간 동안 정체 상태를 보였다. WSJ는 이같은 흐름이 “대공황 이후 최대 폭으로 단행된 관세 인상, 강도 높은 이민 규제, 연방정부 감축 예산이 수요 위축으로 연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의 줄리아 코로나도 대표는 “소비자와 기업 심리는 올해 초부터 나빠졌지만, 노동시장은 그동안 이상하리만치 버텼다”며 “이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 백악관 “무역 불확실성 해소…회복 기대”


트럼프 행정부는 현 상황을 일시적 조정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MSNBC와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부 불확실성을 만들 필요가 있었고 이번 고용 지표는 그 결과”라며 “이제 대부분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역국과 양자 합의 또는 일방적 발표를 통해 관세정책을 마무리했으며 상대국의 보복 조치도 거의 없었다.

로리 차베스더리머 미국 노동부 장관은 “최근 수개월 동안 50만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미국인은 낮은 물가와 활황장세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관세·학자금 상환 압박 본격화…하반기 전망 ‘흐림’


그러나 WSJ는 이같은 낙관론에 반대되는 구조적 위험이 여러 갈래에서 누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의 소비자 가격 전가가 본격화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들은 재고 소진 이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10월부터는 수만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이 조기 퇴직 후 실직 상태로 전환될 예정이며, 비영리·지방정부·대학 등의 예산 축소도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자금 상환 부담 역시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 대상 상환 경감 프로그램을 축소하면서 800만명 이상의 대출자가 더 높은 납부액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여력도 제한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프레스턴 콜드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3개월간 고용 둔화 속도와 통계의 불확실성은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