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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도 라피더스에 출자…'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나선 日 자동차 투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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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도 라피더스에 출자…'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나선 日 자동차 투톱

차세대 車 경쟁력 확보·대만 리스크 대비 '이중 포석'
5조엔 필요한데 민간 조달 3조엔 '과제'…시제품 성공이 관건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국책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출자를 결정했다. 토요타에 이어 혼다까지 가세하면서, 일본의 양대 자동차 제조사가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국책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출자를 결정했다. 토요타에 이어 혼다까지 가세하면서, 일본의 양대 자동차 제조사가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사진=로이터
일본 자동차 대기업 혼다가 자국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세운 라피더스(Rapidus)에 출자한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고자 양대 산맥인 토요타와 혼다가 나란히 '반도체 국산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라피더스 사업 계획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혼다는 2025년 하반기 중 수십억 엔 규모를 출자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자율주행이나 전동화 같은 차세대 자동차 핵심 부품인 고성능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혼다는 2023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 차량용 반도체 조달에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라피더스 지분을 더해 중국과 대만 관계 같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포석이다.

◇ '日 산업계 드림팀'…대기업·은행 총출동


라피더스는 일본판 '반도체 부활' 임무를 띠고 2022년 8월 출범했다. 당시 토요타를 비롯해 NTT, 소프트뱅크, 소니그룹, 덴소, NEC, 키옥시아, 미쓰비시 UFJ 은행 등 일본 주요 기업 8곳이 총 73억 엔(약 690억5727만 원)을 출자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최근 자본을 늘리고자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가운데 혼다가 참여하면서 투자자 저변이 더욱 넓어졌다. 후지쓰와 호쿠요 은행에 더해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미즈호 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도 출자 뜻을 밝혔다. 라피더스는 이들 기업과 함께 총 1000억 엔(약 9459억9000만 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마다 수십억 엔에서 최대 200억 엔(약 1891억9800만 원)을 출자할 전망이다.

◇ 47조원 자금과 2나노 기술…넘어야 할 '두 개의 산'


자금 조달은 라피더스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2027년 2나노미터(nm) 공정 양산을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자금은 총 5조 엔(약 47조 2995억 원)으로 추산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약 1조7200억 엔(약 16조2710억 원)을 보조하지만, 여전히 3조 엔(약 28조3785억 원)이 넘는 돈을 민간에서 확보해야 한다. 라피더스는 이번 민간 자금 조달을 성공시켜 정부의 장기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피더스는 아직 넘기 어려운 기술의 벽과 고객사 확보라는 근본 과제를 풀지 못했다. 최근 여러 대형 상사에 출자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현재 홋카이도에서 만드는 2나노 시제품에 달렸다. 라피더스는 지난 4월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으며,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7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시제품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 사업의 불투명성이 커져 자금 조달 계획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혼다의 이번 출자는 침체된 일본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는 동시에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지정학적 위험까지 줄이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자동차 대기업들의 참여로 라피더스의 고객 기반이 한층 튼튼해지고 양산에도 힘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으로 민관 협력을 통한 자금 조달과 기술 개발의 성공이 일본 산업 기반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