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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K "2023년 이미 경고했다"…우리은행 인니 자회사 7850만 달러 신용장 사기 의혹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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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K "2023년 이미 경고했다"…우리은행 인니 자회사 7850만 달러 신용장 사기 의혹 일파만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 내부 직원 연루 정황에 조사 강도 높여…경찰 고발도 검토 중
우리은행 "실제 손실 아직 미확정"…SDRA 주가 한 달 새 5% 넘게 하락
우리은행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PT Bank Woori Saudara)의 로고. 사진=BWS이미지 확대보기
우리은행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PT Bank Woori Saudara)의 로고. 사진=BWS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든 신용장 사기 의혹이 우리은행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PT Bank Woori Saudara Indonesia 1906 Tbk, 이하 SDRA)을 중심으로 불거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1(현지시각) 블룸버그 테크노즈, CNBC 인도네시아 등의 보도에 따르면, SDRA는 신용장 거래에서 7850만 달러(1070억 원) 규모의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내부 직원이 사기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으며, 인도네시아 금융감독기관(OJK)도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SDRA1906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은행으로, 2014년 우리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최근 몇 해 동안 주주 구조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과거 주요 주주 아리핀 파니고로와 PT 메드코 인티디나미카(Medco Intidinamika)의 지분은 우리은행과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회사에 넘어갔다. 아리핀 파니고로의 일부 후손은 PT 아프라메시스 메타 인베스트라마(Apramesis Meta Investama, AMI)를 통해 지분을 보유했으나, 2024년 기준으로 AMI는 주요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금융사고 공시를 통해 우리은행이 공식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SDRA는 신용장 거래에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부 직원이 사기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직원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다. SDRA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고, 우리은행은 글로벌 임원을 인도네시아로 급파해 진상 파악과 손실 최소화에 나섰다. 현재까지 공개된 7850만 달러는 은행이 해당 거래에서 노출된 총액으로, 실제 손실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은행 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손실 규모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OJK는 이미 2023SDRA의 내부 통제 취약점을 지적하며 경고한 바 있다. 당시 OJK는 신용장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은행에 알렸으나, 충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기 의혹이 터지면서 OJK는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OJK"내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으며, 필요하면 경찰에 고발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SDRA 주가는 사기 의혹 영향으로 급락했다. 611일 기준 SDRA 주가는 330루피아(한화 약 27.88)으로, 전날보다 2.94% 떨어졌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5.05% 내렸고, 3개월 누적 하락률은 8.11%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사기 의혹이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SDRA는 공식적으로 "모든 영업과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역시 "자회사에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관련 수출기업은 은행에 자금 조달 계획과 상환 일정을 제출하며 협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 상환 여부와 손실 규모는 조사가 끝난 뒤에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 내부 통제 취약점과 경고 신호


SDRA의 이번 사기 의혹은 외부 사기로 끝나지 않았다. OJK2023년 이미 SDRA의 내부 통제 취약점을 지적하며 경고했다. 당시 OJK는 신용장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은행에 알렸으나, 충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내부 직원이 연루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은행의 내부 통제와 위험 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와 금융권에서는 "내부 통제 미비가 사기 위험을 키웠다"는 평가가 많다.

◇ 주주 구조 변화와 투명성 논란


SDRA는 최근 몇 해 동안 주주 구조가 복잡하게 바뀌었다. 2014년 우리은행과 전략적 제휴 이후 주요 주주 명단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과거 주요 주주였던 PT AMI2024년 기준으로 주요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SDRA는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주주 구조 변화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DRA는 대규모 이상거래(12800억 루피아 규모)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강화에 힘쓰고 있으나, 이번 사기 의혹으로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된다.

이번 SDRA의 사기 의혹은 단순한 금융사기로 그치지 않고, 은행의 내부 통제, 위험 관리, 투명성 등 거버넌스 전반에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임원을 인도네시아로 보내 사건 조사와 손실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OJK 역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SDRA 주가가 사기 의혹 여파로 계속 내리고 있다. 관련 수출기업이 상환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손실 규모는 조사가 끝난 뒤에야 확실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은행의 내부 통제와 위험 관리 시스템에 대한 경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