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中, 희토류 수출 완화 ‘6개월 시한부’…美·中 무역합의 불확실성 커져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中, 희토류 수출 완화 ‘6개월 시한부’…美·中 무역합의 불확실성 커져

WSJ "중국, 트럼프-시진핑 공식 서명 완료 직후부터 희토류 수출 승인 절차 시작 예정…이르면 일주일 안에 첫 승인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중국이 미국 제조업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제한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양국 간 무역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이 런던에서 진행한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라이선스를 미국 기업에 대해 즉시 승인하고, 미국은 이에 상응해 항공기 엔진과 부품, 에탄 등 일부 전략 제품의 대중 수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만 중국 측은 희토류 수출 완화 조치에 6개월 시한을 설정해 향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언제든지 다시 제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련된 임시 무역 합의의 틀을 구체화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서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WSJ는 "중국은 희토류 수출 승인 절차를 트럼프-시진핑의 공식 서명이 완료된 직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이르면 일주일 안에 첫 승인이 나올 수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조치로 희토류가 전기차, 풍력터빈, 소비자 전자기기, 군수물자 등에 폭넓게 쓰이는 미국 산업에 긴급 수급 경로가 확보되지만 ‘6개월 시한’이라는 조건 때문에 장기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의 무역 휴전을 복원하는 합의가 끝났다”고 밝히며 “중국이 자석과 희토류를 선제적으로 공급할 것이며 우리는 상응하는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항공기 엔진과 부품,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에탄 수출 규제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다. 특히 에탄은 석유·가스 생산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로 플라스틱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통해 중국의 희토류 제한에 맞서 기술 수출 통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고성능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술 등 미국의 전략 산업에 관련된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출 제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WSJ는 “미국은 자국의 핵심 기술이 중국 산업의 야망을 뒷받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부문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 자동차·방산업계를 겨냥해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항공기 엔진 수출을 제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통화로 사태를 조율했고 양국은 다시 런던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WSJ는 “양국이 무역 갈등을 다시 고조시켰다가 긴장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같은 전략은 장기적인 합의 가능성을 오히려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행보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당시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술 수출 통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대중 압박의 지렛대로 활용하며 전략을 전환한 상태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계속해서 수출 통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며, 이번 합의는 중국이 향후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합의에도 양국은 기존에 설정했던 8월까지의 협상 마감 시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고 WSJ는 전했다. 관세 문제는 여전히 논의가 남아 있는 핵심 쟁점이다. 현재 미국은 대중 수입품에 평균 55% 수준의 관세를 적용 중이며 중국은 미국 제품에 평균 33%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