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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월마트·아마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검토…전통 금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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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월마트·아마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검토…전통 금융 위협"

4월3일 미국 뉴저지주 세코커스의 월마트에서 쇼핑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4월3일 미국 뉴저지주 세코커스의 월마트에서 쇼핑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대표 유통 및 IT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는 결제 시스템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카드 네트워크 업계에 충격파가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월마트와 아마존을 포함한 글로벌 유통·기술 대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또한 익스피디아를 비롯한 대형 항공사 등도 유사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이 암호화 기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기존 은행 및 카드 결제망을 우회하면서 연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결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전통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익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현금이나 국채 등 실물 자산으로 1:1로 담보돼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현재는 주로 암호 자산 거래나 현금 보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규모 결제 시스템에 도입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고객과 직원 등 방대한 네트워크와 데이터 및 느슨한 규제 환경을 갖춘 유통 및 IT 대기업들은 지역은행이나 커뮤니티뱅크 등 기존 금융기관에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WSJ은 스테이블코인 활용 확대의 열쇠는 현재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지니어스 법(Genius Act)’ 통과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최초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일부 절차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표결이 아직 남아 있다.

WSJ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들이 규제 명확성을 확보하게 되며 본격적인 발행과 유통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이 이처럼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는 기존 결제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비용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소매업체들은 신용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중개 수수료 등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경우, 이 같은 전통 결제망을 우회해 수수료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한, 현재의 카드 결제 방식은 정산에 수일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판매 대금을 수령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거래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어 소매업체 입장에서 자금 회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외 공급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높은 글로벌 소매업체들의 경우, 국경을 초월한 결제의 효율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소식통은 아마존이 온라인 결제용 자체 코인 발행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외부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앞서 미국 대형 은행들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통 결제망을 우회하고 수수료 절감을 노리는 이해관계가 기업 간의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무역 단체들은 최근 몇 달간 ‘지니어스 법안’의 통과를 위해 의회와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틀을 마련함으로써, 비자·마스터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수단이 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즉각적이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주가는 이날 각각 약 5% 급락했다.

TD 코웬의 애널리스트 재럿 사이버그는 “즉시 결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며, 이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