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검색 도구 급성장으로 전통 검색 모델 위기...여행·전자상거래·뉴스 사이트 직격탄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구글 검색이 쇠퇴하고 있으며, 전체 인터넷이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 바탕 검색 도구가 널리 퍼지면서 전통 구글 검색 의존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업체 심러웹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인터넷 사이트 방문의 약 20%가 검색엔진에서 시작한다. 위키피디아는 전체 방문의 63%,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58%, 지역 리뷰 사이트 옐프는 51%를 검색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오픈AI의 챗GPT와 인공지능 신생업체 퍼플렉시티AI 등 인공지능 바탕 검색이 나타나면서 인터넷 검색 유입이 지난 1년간 꾸준히 줄었다. 심러웹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 검색엔진의 추천이 기존 검색 손실의 약 10%를 대체했다.
◇ 여행·전자상거래 검색 유입 두 자릿수 감소
지난달 미국 주요 여행 관광 사이트의 검색 유입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급감했다고 심러웹은 밝혔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검색 유입은 9% 줄었고, 뉴스와 미디어 사이트는 17% 줄었다. 금융, 생활, 음식 관련 분야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구글도 검색 결과 맨 위에 인공지능 바탕 요약을 더하는 '인공지능 개요'로 맞서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전통 파란색 링크를 덜 중요하게 만들어 검색 유입을 더욱 줄이고 있다는 풀이다.
검색엔진 최적화 컨설턴트이자 성장 메모 블로그 저자인 케빈 인디그는 "인공지능 답변이 나타나는 검색 결과와 그렇지 않은 결과를 견줘보니 엄청난 클릭률 하락을 발견했다"며 "이는 클릭을 죽이는 요소"라고 말했다. 조사업체 아프레프스 분석에 따르면 인공지능 개요가 들어간 검색의 클릭률은 23%인 반면, 들어가지 않은 검색은 36%를 기록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 뉴스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통제할 수 없는" 유입 감소를 이유로 직원의 21%를 내보냈다. 바바라 펭 비즈니스 인사이더 대표는 직원들에게 "사업 방식이 압박받고 있고, 유통이 불안정하며, 관심을 끌려는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업체 체그는 올해 초 유입 감소 때문에 매각을 포함한 전략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네이선 슐츠 체그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구글이 인공지능 개요를 내놓지 않았다면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역사상 체그에 들어왔던 유입을 구글이 가지게 되면서 우리 고객 확보, 매출, 직원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체그 주가는 2021년 이후 99% 떨어졌다.
심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증권사 슈와브닷컴의 미국 내 월간 검색 유입이 최근 2년 만에 처음으로 14% 줄었다. 1년 전 슈와브의 검색 유입은 179% 늘었었다. 트립어드바이저의 검색은 34% 급감했고, 스타벅스 웹사이트는 41%, 넷플릭스는 23% 각각 줄었다.
◇ 인공지능 검색 시대 맞서는 기업들
이런 변화에 기업들은 맞서는 방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여행업체 익스피디아의 아리안 고린 대표는 지난달 "인공지능 검색업체들과 손잡아 고객 질문에서 우리 브랜드가 잘 드러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 생태계 밖에서 여행객들과 이어질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심러웹의 미국 추정치에 따르면 익스피디아는 지난달 인공지능 검색엔진에서 8만8000건의 추천을 받았지만, 일반 검색에서는 3400만 건을 받았다.
챗GPT는 지난해 11월 처음 나왔을 때는 새로운 것에 불과했지만, 최근 모델들은 더욱 정교해져 사람 수준의 추론을 약속하며 새로운 사용 급증을 불러일으켰다. 챗GPT는 올해 3월 주간 활성 사용자가 5억 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3억 명에서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서비스에 월 20달러(약 2만7000원)를 내고 있다. 모회사 오픈AI는 이번 달 연간 매출이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55억 달러(약 7조5000억 원)에서 늘어난 것이다.
소셜미디어 사이트 레딧은 전체 방문의 57%를 검색에 기대고 있어 이번 변화의 핵심 전장이 되고 있다. 레딧 주가는 올해 들어 28% 떨어졌다. 제니퍼 웡 레딧 최고운영책임자는 배런스와의 만남에서 "검색이 '대대적인 공사' 중"이라며 "구글이 어떻게 이 골짜기를 건널지, 인터넷 전반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레딧의 장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레딧을 분석하는 29명의 애널리스트는 평균 목표 주가를 152달러(약 20만7000원)로 잡아 최근 마감가보다 31%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타 플랫폼은 유리한 자리에 있다는 해석이다. 검색 유입이 줄고 기존 검색 광고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검색 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광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혁신의 최대 수혜자로는 엔비디아가 꼽힌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추론 모델이 추론 수요의 단계적 급증을 이끌고 있다"며 "새로운 추론 중심 인공지능 모델들은 기존 인공지능 대화로봇에 견줘 100배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현재 미국 검색시장 점유율 89%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7% 떨어졌다.
◇ 독점 판결 속 구글의 운명
구글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위협받는 가운데,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아미트 메타 판사는 지난해 8월 구글이 일반 검색 서비스와 일반 문자 광고에서 독점업체라고 판결했다.
알파벳과 투자자들은 이제 판사가 어떤 해결책을 정할지 기다리고 있다. 처벌 단계 재판이 지난달 끝났고, 메타 판사는 오는 8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점이 주목된다. 알파벳이 독점업체로 판결받은 것은 인공지능 개요를 내놓은 시기와 비슷하다. 1년도 안 돼 사용자들이 대화로봇을 점점 더 받아들이면서 검색이 대규모 경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애플 서비스 담당 부사장 에디 큐는 사람들이 점점 인공지능을 검색 질문에 쓰면서 애플 브라우저에서 검색이 올해 4월 처음으로 줄었다고 증언했다. 구글은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애플에 내고 자사 검색엔진을 애플 브라우저의 기본 선택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배런스는 "구글은 괜찮을 것"이라며 "걱정해야 할 것은 인터넷의 나머지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