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 합의서 체결 사실을 발표하면서 총 149억 달러(약 20조5400억원)에 달하는 인수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노동조합 반대와 두 차례의 국가안보 심사를 거친 18개월 간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일본제철과 US스틸이 미국 재무부와 국가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협정을 체결하면 인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는 즉시 재무부와의 협정을 체결했고 트럼프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인수 승인이 확정됐다.
양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철강산업과 제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실행에 옮기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인수에는 2028년까지 110억 달러(약 15조1700억원)의 신규 투자 계획이 포함됐으며 지배구조와 생산, 무역 관련 약속도 담겼다. 일본제철은 US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된다.
다만 양사가 미국 정부에 발행하겠다고 약속한 ‘골든 셰어(거부권이 있는 우선주)’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US스틸 본사가 위치한 펜실베이니아주의 데이비드 매코믹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달 골든 셰어를 통해 “정부가 주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수는 일본제철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은 고급강 생산을 주력으로 하며 미국의 인프라 확대 계획과 50%에 달하는 철강 수입관세로 인해 외국 경쟁업체들이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상황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로이터는 또 일본제철이 오후 2028년 이후 별도로 30억 달러(약 4조1400억원)를 들여 신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 성사는 일본제철이 만약 승인을 받지 못했을 경우 물어야 했던 5억6500만 달러(약 7780억원)의 위약금도 피할 수 있게 했다.
이같은 대규모 인수에 대해 일부 일본제철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 시점을 앞둔 상황에서 이번 인수 승인을 환영했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성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투자는 미국과 일본 철강 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고 양국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일본제철의 투자”에 대해 “훌륭한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인수 승인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12월 US스틸 인수 계획을 처음 발표했지만 이후 미국철강노조(USW)의 반대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임기 말에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인수를 차단했고 이에 양사는 편향된 심사였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4월부터 45일간 새로운 안보 심사에 착수하면서 인수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일본 기업이 US스틸의 소수 지분만 가질 수도 있다”거나 “일단 투자는 환영한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인수 전망에 혼란을 더하기도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