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노 킹스' 시위 美 전역 확산…트럼프 생일 맞은 군사 퍼레이드에 반발

글로벌이코노믹

'노 킹스' 시위 美 전역 확산…트럼프 생일 맞은 군사 퍼레이드에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멜라니아 여사(왼쪽)가 14일(현지시각)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멜라니아 여사(왼쪽)가 14일(현지시각)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각)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해 수도 워싱턴DC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주최한 가운데 같은 날 미국 곳곳에서 그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렸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날 퍼레이드는 수천명의 군인과 수십대의 전차, 군용 차량, 군악대등이 동원된 대규모 행사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노 킹스’는 ‘미국에왕이란 없다’는 뜻의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권한을 남용하고 대통령제를 군주제처럼 운영하고있다는 비판을 담은 구호다. 시위는 로스앤젤레스(LA), 뉴욕, 필라델피아, 휴스턴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해 수백곳에서 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사태도 발생했지만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필라델피아 러브파크에 모인 시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공공보건 예산 삭감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지간호사 카렌 반 트리에스트(61)는 AP통신와 인터뷰에서 “우리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느낀다”며 “트럼프가 공중보건기관의 인력을 줄인 것도 시위에 나선 이유”라고말했다.
LA에서는 민권단체 브라운베레츠의 회원 호세 아세틀라가 BBC에 “이건 단순히 가혹한 게 아니라 악하다. 가족을 갈라놓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엘리디아 부엔로스트로(29)는 LA타임스에 “불법 체류 중인 가족들을 대신해 나왔다”며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딸과 함께 들었다고 밝혔다.
LA 지역은 최근 강제 추방을 위한 단속이 집중되면서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일부 시위는 차량 방화 등 폭력 사태로 번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반대에도 주 방위군을투입했다.
이번 퍼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로도 해석된다. 일부 전·현직 정치인과 군 출신 인사들은 이를 ‘고비용 선전 행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참석자 중 일부는 군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표시라고 평가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멜빈 그레이브스는 BBC와 인터뷰에서 “전쟁에서돌아왔을 때는 아무런 환영도 없었다”며 “이번 퍼레이드는늦게나마 감사받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요소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건 군 복무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강조했다.
이번 군사 퍼레이드는 지난 1991년 조지 H. W. 부시당시 대통령이 걸프전 승리를 기념해 개최한 이후 30년 넘게 중단됐던 전통을 부활시킨 것이다.
한편, 미네소타에서는 시위 일부가 취소됐다. 최근 주정치인을 겨냥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차량에서 ‘노 킹스’ 시위관련 전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용의자가검거되기 전까지는 시위 자제를 부탁한다”고 밝혔지만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시위를 두고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력을 시위 진압에 동원하면서 수도에서군이 행진하는 장면이 정치적 긴장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CNN, BBC 등은 전문가 바버라 스타의 발언을 인용해 “이민 문제와 군 투입을 둘러싼미국 내 갈등이 퍼레이드의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