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원 "당 통제 더 강해져" vs AIIB "근거 없는 주장" 팽팽
차기 총재에 공산당 중앙위원 지명…'중국 중심성' 우려 확산
차기 총재에 공산당 중앙위원 지명…'중국 중심성' 우려 확산

최근 홍보 전문가 밥 피카드는 2023년 6월 AIIB를 떠난 지 2년 만에 닛케이 아시아와 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이 은행 측의 반박과 달리 "근거 없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카드는 "중국 정부가 110개 회원국을 둔 AIIB의 당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겉으로는 다자간, 국제적이라고 말하지만, 안에서는 솔직히 중국 국내 은행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피카드는 2022년 3월 AIIB의 국제소통국장으로 합류했으나 약 15개월 만인 2023년 6월 돌연 사임했다. 당시 그는 X(옛 트위터)를 통해 "AIIB가 공산당원들에게 지배당하고 있으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해로운 문화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이 폭로가 파장을 일으키자 캐나다 정부는 AIIB 참여를 무기한 중단하고 조사에 나섰다.
AIIB의 진리췬(金立群) 총재는 최근 닛케이 아시아와 한 인터뷰에서 피카드의 주장을 "근거 없다"며 다시 한번 일축했다. 진 총재는 피카드 사임 직후 은행 법무총괄이 주도해 30여 명의 직원을 인터뷰하고 문서를 검토한 내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조사는 "주장을 뒷받침하거나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결론을 냈다. 은행 측은 "비정치적이고 건설적이며 균형 잡히고 합의 지향적인 결정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카드 측은 "어떤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조사의 공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AIIB 안에서는 일부 다른 외국인 직원들이 피카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 26.6% 의결권, 中 '사실상 거부권'…구조적 한계 지적도
피카드의 주장은 AIIB의 구조 문제와 맞물려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AIIB에서 중국은 약 26.6%의 의결권을 보유해 주요 결정에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조직의 다자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캐나다 말고도 독일 등 다른 서방 국가들도 AIIB 안의 투명성, 책임성, 인권과 환경 기준 미흡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물론 AIIB의 독립성을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진리췬 초대 총재는 과거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중국 정부 정책과 AIIB의 독립성 사이에 선을 긋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 총재 자신도 중국이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진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유럽과 OECD 회원국들의 의결권을 합쳐도 25%가 넘어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고 반박했다.
◇ 차기 총재 인선에 쏠린 눈…"中 통제 강화 신호"
이런 논란 속에서 중국이 쩌우자이(邹加怡)를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한 점은 피카드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쩌우자이는 중국 최고 정치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비서장이자 공산당 중앙위원이다. 피카드는 쩌우자이가 진 총재보다 "더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그의 이력에 "정치적 독립성"을 가진 경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쩌우자이를 선택한 것은 당의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신호"라며 "AIIB가 독립적이라는 위장을 버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피카드의 폭로는 AIIB의 실제 독립성과 중국의 영향력 문제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드러냈다. AIIB는 내부조사와 다양한 국적의 인력 구성을 내세우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지만, 중국의 지배적인 의결권과 차기 총재 인선에서 드러난 '중국 중심성'에 대한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당의 통제 기조가 전방위로 강화된 것과 맞물려, AIIB가 '중국 특색의 다자은행'이라는 비판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