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전날부터 시작된 세계 최대 항공우주 방산 박람회인 파리 에어쇼 개막을 앞두고 엘빗시스템즈, 라파엘,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유비전 등 이스라엘 주요 방산업체들의 부스를 검은 칸막이로 차단했다. 이같은 조치는 전시 무기 가운데 공격용 무기를 제거하라는 프랑스 측 요구를 해당 업체들이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이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의 가자지구 작전과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등을 두고 점차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지지하지만 이란을 겨냥한 공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외교적 입장과 특히 가자지구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해, 공격무기 전시는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총리실은 모든 참가업체에 사전 공지된 지침이라며 이스라엘 대사관도 이에 동의했었다고 밝혔다. 지침을 준수하면 전시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보아즈 레비 IAI 대표는 “검은 칸막이는 유럽 사회에서 유대인을 분리하던 암흑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한 이스라엘 관계자에 따르면 프랑스는 사전 제출된 무기 목록에 이미 동의한 상태였고 전시 전날 오후 6시30분에야 새 지침이 전달됐다며 “완전히 허를 찔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도 프랑스의 결정을 비판했다. 파리 에어쇼에 참석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는 “상식 밖의 결정”이라고 했고 케이티 브릿 연방 상원의원은 “근시안적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엘빗시스템즈의 메샤르 사손 수석 부사장은 “유럽에서 계약을 따낸 엘빗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기술로 이기지 못하니 가려버리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라파엘 역시 “전례 없고 부당하며 정치적 동기가 뚜렷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번 외교 갈등은 에어쇼 개막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중동 내 갈등 격화와 보잉 787 여객기 추락 사고 여파로 행사 자체도 위축된 상태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파리 에어쇼는 르부르제 공항을 배경으로 세계 항공우주 및 방산 산업의 최신 기술과 무기를 선보이는 자리로 부스 설치 및 인력 파견 등 대형 업체 기준으로 1개 부스 운영에만 최대 500만달러(약 69억4000만원)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쇼 주최 측은 “관계자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논의 중”이라며 프랑스 정부는 이스라엘 업체들이 지침을 준수하고 책임을 다하면 전시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행사 첫날 저녁까지도 이스라엘 업체 부스는 여전히 폐쇄된 상태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