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미국 정부에 ‘황금주’를 부여하면서 향후 미국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외국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US스틸 인수에 대해 일본제철과의 국가안보협정(NSA)을 통해 거래를 승인하면서 대통령에게 핵심 기업 결정 사항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하는 황금주 한 주를 확보했다며 17일(현지시각) 이같이 전했다.
◇ 핵심 의사결정에 대통령 거부권…본사 이전·해외이전도 제동
로이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황금주는 US스틸 본사의 이전, 생산설비 이전 또는 폐쇄, 해외 투자, 직원 급여, 반덤핑 가격 정책, 원자재 및 공급망 변경, 사명 변경 등 주요 경영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황금주는 ‘G클래스’ 우선주로 지정되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구조다.
◇ “불확실성 키운다”…법조계 “역풍 맞을 수도”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거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윌슨 손시니의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조슈아 그루엔스펙트는 “이런 조건이 붙으면 투자자들은 ‘내가 진짜 이 회사를 인수한 게 맞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와 상무부에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업무를 맡았던 짐 시크레토 전 관료도 “중국이 자국 기업을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런 황금주 조항을 요구했다면 미국은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라며 “이 조치는 위험하고 전례 없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이번 거래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봐야 하며 대부분의 해외 인수 거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개입을 경계하게 될 수 있다.
◇ “경영권은 여전히 미국에”…일본제철, 이사회 과반 미국인 약속
로이터가 입수한 2024년 9월자 NSA 초안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미 미국 정부에 다수의 경영권을 넘기는 안을 제시한 상태였다. 이에 따르면 US스틸 이사회 과반을 미국인이 맡고 이 가운데 3명은 CFIUS가 직접 승인하는 ‘독립 미국 이사’로 지정된다. 주요 경영진도 모두 미국 국적자로 임명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지난 14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거래를 공식 승인했다. US스틸 주가는 17일 5% 상승해 주당 54.85달러를 기록했으며 일본제철의 인수가격인 55달러에 근접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