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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美 테크 신입 채용문 걸어 잠갔다…명문대 나와도 '취업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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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美 테크 신입 채용문 걸어 잠갔다…명문대 나와도 '취업 절벽'

신입 채용 25% 급감, 채용 비중도 반 토막…숫자로 증명된 'AI발 고용 충격'
단순 학력은 옛말, '기술 기반 채용' 대세로…AI 협업 능력 없으면 생존 어려워
유명 대학을 졸업해도 미국 빅테크 기업 입사가 어려운 현실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2025년 5월 미국 뉴욕 동부의 졸업생들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명 대학을 졸업해도 미국 빅테크 기업 입사가 어려운 현실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2025년 5월 미국 뉴욕 동부의 졸업생들 모습.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이 인력을 대체하면서 미국 테크 업계의 고용 문이 굳게 닫히고 있다.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인력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명문대인 하버드, MIT, 스탠퍼드 졸업생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닛케이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존의 인건비 절감 기조에 AI 때문에 인력 감축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신규 채용 시장이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올봄 졸업한 솔론 마는 "신입 엔지니어는 AI에 대체될 것"이라며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100개 회사에 지원해도 최종 합격 통지를 받지 못하는 동급생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대졸 이상 학력자(22~27세)의 실업률은 5.8%로 약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체 노동자 실업률(4%)과의 격차는 1990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 "AI가 더 유능"…빅테크, 신입 대신 경력직·AI 선택


테크 기업 경영진들은 AI 때문에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AI 때문에 5년 안에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며 "현재 AI는 우수한 대학생만큼 유능하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 역시 "앞으로 몇 년간 AI 활용으로 효율성이 높아져 관리 부문 직원 수가 줄어들 것"이라며 "많은 작업을 자동화해 지금보다 적은 직원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마존은 2022년 이후 2만7000명 이상을 감원하고 추가 감원을 예고했다.

채용 데이터를 보면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시그널파이어가 링크드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력 테크 기업 15곳의 2024년 전체 채용은 지난해보다 15% 늘었지만, 경력 1년 이하 신입 채용은 오히려 25% 급감했다. 신규 채용에서 신입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5%에서 2024년 7%로 사실상 반 토막 났다. 이는 스타트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입 채용 비중은 6%를 밑돈다.

나아가 AI는 기존 인력의 해고 사유로도 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감원한 2000명 중 40%가 프로그래밍 관련 엔지니어였는데, 외신들은 이를 AI 대체에 따른 감원으로 분석한다. 엔지니어들이 직접 AI 도구 도입을 추진했으나, 그 AI가 도리어 자신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 채용의 틀 바뀐다…'기술·협업 능력'이 핵심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고용 축소를 넘어 채용 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코드 생성, 데이터 처리 같은 전통적인 신입사원의 업무를 AI가 빠르게 자동화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프로젝트에서 코드의 30% 이상을 AI가 작성한다. 구글, 메타 같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영업, 인사 같은 비기술 부서의 채용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문이 닫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 개발, 데이터 분석, AI 윤리 같은 첨단 기술 분야의 인재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채용 축소가 유능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게 해 산업의 신진대사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채용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단순 학력보다 실질적인 기술 역량을 중시하는 '기술(skill) 기반 채용'이 퍼지고 있으며, AI를 도구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협업 능력과 꾸준한 재교육(reskilling)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