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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車·SW 이어 금융까지... 中, EV '골든 트라이앵글' 완성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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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車·SW 이어 금융까지... 中, EV '골든 트라이앵글' 완성 나섰다

적자 감수하며 보험시장 진출…'데이터 독점'으로 미래 수익 선점 노려
日 손보업계 수익 50% 직격탄…'플랫폼 주인' 부상에 경제안보도 '흔들'
중국의 대표 전기차(EV) 기업 BYD가 자동차 생산과 수출을 넘어 보험 등 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골든 트라이앵글' 완성을 노리고 있다. 사진=BYD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대표 전기차(EV) 기업 BYD가 자동차 생산과 수출을 넘어 보험 등 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골든 트라이앵글' 완성을 노리고 있다. 사진=BYD
중국 전기차(EV) 기업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금융'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다. 세계 1위 EV 기업인 비야디(BYD)가 자동차 보험 시장에 뛰어든 것이 그 신호탄이라고 닛케이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자동차의 완성차(차체), 소프트웨어, 그리고 금융(보험·결제 등)으로 이어지는 '골든 트라이앵글'을 완성해 세계 EV 경제권 모두를 차지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드러낸다.

자동차 산업의 이익은 크게 차체 판매, 소프트웨어 서비스, 그리고 보험·결제 같은 금융에서 나온다.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오르는 등 차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금융까지 손에 넣어 부의 트라이앵글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BYD는 오랜 숙원이던 보험 사업에 진출하고자 2024년 현지 보험사를 인수해 발판을 마련했다. 다른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 역시 잇달아 보험 시장 진출 계획을 내놓고 있어, 중국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무기로 EV를 판매하는 모든 나라에서 보험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 '팔수록 손해'… 적자에도 뛰어드는 이유


BYD의 보험 사업은 시작부터 큰 손실을 기록했다. 닛케이 중국 자회사 '36Kr'에 따르면, BYD 보험 자회사는 지난해 약 13억5000만 위안(약 2582억 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지만, 1억6900만 위안(약 32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은 300%를 웃돌았다.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팔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가솔린차의 사고 발생률은 20%인 데 반해 EV는 30%에 이르고, 배터리 등 비싼 부품 수리비 탓에 보험금 지급이 많은 것이 주된 원인이다. 기술 발전이 빨라 위험 평가가 어렵고, 일부 보험사는 특정 EV 모델의 인수를 거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 데이터가 무기…'미래의 룰' 직접 쓴다


하지만 중국 EV 전용 보험 시장은 2025년 1543억 위안(약 29조5160억 원), 2030년에는 1조2790억 위안(약 244조6599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어서, 중국 제조사들은 바로 이 '적자'를 판도를 바꿀 기회로 보고 있다. EV 제조사는 운행 데이터를 기존 보험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세하게 직접 모을 수 있다. 이 독점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자사 판매망을 통해 판매하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적자를 감수하는 배경에는 미래 이익을 위한 데이터 선점 투자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왕촨푸 BYD 회장은 "지금 보험 업계는 신에너지차 부문에서 기본적으로 적자다. 이 환경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라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 '강 건너 불' 아닌 산업 지각변동


중국의 금융 영토 확장은 일본을 비롯한 기존 자동차 강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닛산자동차의 한 간부는 "중국은 차체와 소프트웨어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음 순서는 보험과 결제 등 자금 흐름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BYD는 일본, 동남아, 유럽 등 핵심 해외 시장에서도 보험과 금융 서비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일본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자동차 보험은 일본 손해보험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최대 사업 분야다. 이미 수익 악화로 고심하는 일본 손보업계에 BYD 같은 중국 기업이 데이터 경쟁력을 앞세워 진출하면, 그 타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경제 안보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은 EV, 배터리, 반도체, 희토류 등 핵심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라는 민주주의의 바탕이자 사회 기반 시설인 자동차 산업의 부를 중국의 '골든 트라이앵글'이 모두 흡수하면, 중국은 세계 EV 경제권의 '플랫폼 주인'이 되어 산업의 이익과 정보 흐름을 통제할 것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와 경제 안보 지형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