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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연방 공무원 해고 쉽게 만든다…‘충성도 기준’ 인사제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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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연방 공무원 해고 쉽게 만든다…‘충성도 기준’ 인사제도 도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공무원 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인사제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19세기식 충성 경쟁이 부활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공무원 가운데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책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새로운 직군인 ‘정책/경력직(Schedule Policy/Career)’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직군은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폐지된 ‘스케줄 F’를 부활시킨 형태로 공직자 충성도와 대통령의 국정 기조 수행 여부를 기준으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 “불만족스러운 답변” 이후 해고…비판 쏟아져

NPR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법무부 소속 변호사 에레즈 르베니는 엘살바도르로 오인 송환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 사건을 담당해 법정에 섰다. 당시 판사는 “미국 정부가 그를 어떻게 체포했는지, 왜 송환 이후 복귀가 안 되는지” 등을 캐물었지만 르베니는 “저도 답답하다. 아직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르베니는 그 다음날 직무정지 조치를 받았고 같은 달 해고됐다. 현재 그는 이 결정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인사 개편이 결국 정권에 비협조적인 인물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법무부에서 18년간 근무하다 올해 1월 사직한 스테이시 영은 “르베니는 법정에서 진실을 말한 뒤 해고됐다”며 “앞으로 대통령의 눈밖에 나면 아무런 절차 없이 해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제통계 전문가도 예외 아냐”…정치 개입 우려


정권과 거리를 둬야 할 분야까지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지낸 에리카 그로셴은 NPR 인터뷰에서 “정책 영향을 미친다는 모호한 기준에 따라 BLS 소속 통계 전문가들까지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셴은 “정부 통계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부터 연금 산정까지 영향을 미친다. 통계의 신뢰가 흔들리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충성도 묻는 채용 에세이”…인사 개편 본격화


트럼프 행정부는 채용 절차 역시 바꾸고 있다. 새 채용안에 따르면 연방기관은 앞으로 인종이나 성별 같은 인구통계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지원자의 능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 의지를 얼마나 공유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선발하게 된다.

지원자는 에세이 문항에서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정책 우선순위를 어떻게 실행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직접 답해야 하며 이같은 답변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진다.

이에 대해 메릴랜드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을 지낸 돈 케틀은 “정부는 특정 대통령의 명령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 윤리를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20년 이상 정부를 이끌 수 있는 전문성과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 전문가들 “19세기식 충성 경쟁 우려”


스테이시 영은 “법무부조차 충성 기반으로 움직인다면 기관의 정체성 자체가 변하게 된다”며 “이런 충성 경쟁은 19세기 이후 유례가 없다”고 말했다. NPR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5만명의 연방 공무원을 이같은 새로운 직군으로 재분류할 계획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