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제재감시팀 보고서 "무기거래·석유공급·군사훈련 등 위반 다수"

◇ MSMT 보고서, 러시아-북한 불법협력 실태 공개
영국·한국·미국 등이 참여한 다자간제재감시팀(MSMT)이 지난달 발간한 첫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1월 1일부터 대북 제재를 광범위하게 위반해왔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북한산 대포·탄도미사일·전투차량의 해상·항공·철도 운송 △우크라이나 전쟁 직접 지원을 위한 북한군의 러시아군 훈련 △유엔 안보리 연간 상한선을 넘어선 정제석유 제품 공급 △북한과의 환거래은행 관계 유지 등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북한의 국제금융시스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을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북한 은행들은 러시아와 불법 점령된 조지아 남오세티야 지방의 환거래 은행을 통해 러시아 루블화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MSMT는 유엔이 위임한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을 러시아가 지난해 4월 해체한 후 영국·한국·미국 등이 만든 새로운 감시기구다. 러시아는 2006년 결의 1718호부터 2017년 결의 2397호까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에 찬성표를 던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 핵확산 자금조달 체계의 중심 구실
국제금융행동기구(FATF)는 2012년 이후 모든 나라에 핵확산자금조달(CPF) 대응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행동은 이러한 국제 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FATF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대북 금융지원 행위를 강조했다. 평양은 수년간 국제 금융 메시지 서비스인 스위프트(SWIFT)에서 차단돼 국경 간 금융 활동이 크게 제한됐지만, 러시아 도움으로 이 제약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과 같은 나라의 불법 금융 활동은 전문 자금세탁업자, 범죄집단, 밀수업자, 사이버범죄자 등의 망을 활용한다. MSMT 보고서는 러시아가 현재 이 체계에서 중심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양국 관계는 지난해 말 체결된 조-러 포괄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에서 잘 드러나는 서로 이용하는 관계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위한 인력과 물자 확보를 위해 국제 신뢰를 희생했고,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 유지에 필요한 기술·상품·현금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핵확산 자금조달 근절 노력은 15년 전 협상 당시보다 우선순위가 낮아진 상태다.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유엔의 새로운 제재 합의 능력은 거의 10년간 멈춰섰고, 러시아는 북한 핵확산 활동을 감시하던 유엔 기구를 해체시켰다. FATF가 새로운 나라별 평가를 시작하는 가운데, 핵확산 자금조달 찾아내기와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