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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기업 경영 성공·정부 운영 실패...그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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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기업 경영 성공·정부 운영 실패...그 원인은?"

성과주의 때문...정부 비효율 뿌리는 구조상 문제
정부 개혁에 실패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정부 개혁에 실패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정부 혁신 사업이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4(현지시각) 머스크가 이끌던 정부효율부(DOGE)가 사실상 중단됐으며 그 배경을 자세히 분석한 보도를 냈다.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정부 효율성 개선 임무를 받아 정부효율부를 시작했지만, 몇 달 간의 활동 끝에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이 사업을 떠났다.

◇ 성급한 인력 줄이기와 정부 조직 몰이해


정부를 떠난 후 머스크 접근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도는 "어려움에 빠진 회사에 들어가서 몇 달 동안 마구잡이로 직원을 대량 해고한 뒤 실망해서 그만두는 것을 문제 해결법이라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머스크의 방식을 비판했다.

일반적인 기업 회생 전문가들의 경우 직원들의 말을 듣는 과정을 거쳐 비용 줄이기나 서비스 개선의 걸림돌을 파악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진다. 새뮤얼 J. 헤이먼의 미국 서비스 메달(Service to America Medals) 수상자들을 만나 좋은 본보기를 모으는 것도 일반적인 절차로 풀이된다.

머스크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면 "정부의 근본 문제가 관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비효율의 원인은 정치 체계가 만들어낸 보상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는 연방정부에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에게 강요된 제도 때문에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보수주의자들은 관료제가 그렇게 역기능하는 이유가 공무원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공무원 복무규정이 일부 무능한 사람들과 은퇴한 노동자들을 보호해 주기는 해도 정부 기능 장애의 원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정치 체계 구조가 만든 비효율


대기업들도 연방정부를 괴롭히는 것과 같은 많은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직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서로 다른 부서가 계속 의사소통하고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보도는 "만약 머스크가 회사 예산을 직접 작성하는 535명의 이사회, 회사 정책을 마음대로 다시 쓸 수 있는 9명의 사법 감사인으로 구성된 팀, 그리고 몇 해마다 이사회나 최고경영자를 해고하기 위해 투표할 수 있는 고객층을 갖춘 회사를 세우려고 했다고 상상해 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정부의 차이점은 시장 경쟁이 기업으로 하여금 필요한 가지치기를 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규율이 없는 정부는 수십 해 동안 쌓인 관료주의 엉터리에 압도당하도록 스스로를 내버려 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예산적자도 근본적으로 공무원들의 낭비나 사기, 남용의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의회가 세금보다 더 많은 지출을 승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의회는 또한 모호한 법안을 통과시켜 공무원이 빈자리를 채우기를 기대하면서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공무원을 카메라로 가득 찬 청문회에 끌고 갈 권리를 남겨두고 있다.

공무원들이 절차에 매달리는 이유도 구조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연방 노동자들은 어리석은 어린아이가 아니며, 목마른 군대를 위해 생수를 사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 알려주기 위해 여러 쪽의 메모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런 무의미한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즐기는 취미 생활자도 아니다"라면서도, 판사나 위원회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물었을 때 직원들이 가리킬 수 있는 문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메모를 작성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 회생 전문가라면 인원 수가 아니라 체계 개혁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회에 대대적인 공무원과 조달 개혁안을 제출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되, 더 중요하게는 노동자들이 일을 잘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머스크는 "몇 달 동안 정치상 조명을 받았고,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체계를 건드리기 시작했으며, 대통령의 관심이 흩어지자 떠났다"는 것이 워싱턴포스트의 결론이다. 그 결과 정부 개혁 프로그램이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