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세대 잦은 이직으로 은퇴자금 30만 달러 잃을 위험
뱅가드 보고서 "어려움 인출 3.6%→4.8%"...전문가 "평생 4억 원 손해 볼 수도"
뱅가드 보고서 "어려움 인출 3.6%→4.8%"...전문가 "평생 4억 원 손해 볼 수도"

◇ 401K 비상금 인출 33% 늘어...현금 부족이 주된 까닭
자산관리회사 뱅가드가 지난 24일(현지시각) 내놓은 '미국인 저축 현황 2025' 보고서를 보면, 자금 융통의 어려움으로 401K에서 돈을 빼는 직장인 비율이 2023년 3.6%에서 2024년 4.8%로 33% 늘었다. 이는 뱅가드가 관리하는 퇴직연금 가입자 약 500만 명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다.
연방준비제도 자료를 보면 미국인의 약 37%가 400달러(약 54만 원) 정도의 현금도 갖고 있지 않아,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401K에서 자금을 인출할 가능성이 13배 더 높았다. 401K에서 자금 사정으로 빼는 돈의 중간 금액은 2200달러(약 300만 원)이었다입니다.
401K에서 일찍 돈을 빼면 소득세와 함께 10%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재난 복구나 병원비, 불치병 등 특정 조건에서는 벌금을 면해준다. 뱅가드는 "제도에서 인출 조건을 완화해 가입자가 돈 어려움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게 된 것도 인출이 늘어난 한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자동 가입 기능이 퍼지면서 미국인들의 은퇴자금 투자는 늘고 있다. 자동 가입 제도 도입 비율은 2020년 54%에서 2024년 약 61%로 늘었다.
◇ 제트세대 이직 패턴과 맞지 않는 401K...최대 30만 달러 손해
더 큰 문제는 제트세대의 높은 직장 움직임과 기존 401K 제도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런스는 지난 20일 "최신 세대 대학 졸업생들이 평생 동안 12번 이상 직장을 옮길 것"이라며 "1978년 연금 시대를 위해 만들어진 401K 제도가 제트세대 경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401K 제도는 평생 한 회사와 일하는 직원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 일꾼들의 움직임은 훨씬 활발해졌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은퇴 계좌 이전에 따른 서류 작업, 확정일자 재설정, 기여 수준 감소 등으로 저축 차이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0년 '대량 퇴직' 당시 많은 직장인이 이직했지만, 기존 401K에서 돈을 빼거나 새 직장에서 401K 기여금을 줄여 넣는 등 은퇴 저축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배런스는 "자주 이직하면 직장인들이 경력 기간 동안 최대 30만 달러(약 4억 원)의 은퇴자금을 잃게 된다"며 "더 일찍, 더 자주 이직하는 제트세대 직장인들에게 이런 손실은 돈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보안 2.0법을 통해 전국 퇴직연금 '분실물 보관소' 신설과 소액 잔액 자동 이전 등 규정 개정을 추진했지만, 근원적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배런스는 "401K 제도가 계좌가 회사가 아닌 개인 것임을 알고, 모든 퇴직연금 계좌가 이직할 때 저절로 옮겨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개인 은퇴 계좌는 이직을 해도 계속 가져가면서 불려나갈 수 있는 개인 재산이어야 한다'며 '직장인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직하는 것도 미국 경제 성장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상원에서 내놓은 세금 법안에는 자녀가 태어날 때 1000달러(약 136만 원)의 투자 계좌를 주고 가족이 해마다 5000달러(약 680만 원)씩 세금 혜택을 받으며 더 넣을 수 있는 방안이 들어있어 미국 은퇴 제도 바꾸기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