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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식 나토 개편 본격화…5% 방위비 증액, 동맹인가 종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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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식 나토 개편 본격화…5% 방위비 증액, 동맹인가 종속인가

25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디(daddy)’라고 부른 것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트럼프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전략적 유머라는 평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5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디(daddy)’라고 부른 것에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오른쪽)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트럼프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전략적 유머라는 평가다. 사진=로이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국방비 지출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대폭 상향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 조약 제5조인 집단방위 원칙도 재확인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합의가 진정한 안보 강화라기보다 트럼프를 달래기 위한 정치적 안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동맹의 전략적 자율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26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32개 회원국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가운데 3.5%는 병력과 무기 등 전통적 국방 항목, 1.5%는 사이버 보안, 군사 인프라 등 간접 분야에 배정될 예정이다.

◇ 트럼프 위한 맞춤형 합의…NYT “안보 아닌 정치가 이끌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 직후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면서 “추가 예산이 미국산 무기 구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나토를 향해 “미국 없이는 방위가 불가능하다”며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해온 점을 감안하면 유럽 각국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정치적 양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YT는 이를 두고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교하게 안무된 외교 이벤트”라고 표현했다. 정상회의 형식과 안건 모두가 트럼프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실질적 안보 논의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방위비를 늘리면서 동시에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며 트럼프식 압박 외교에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스페인을 비롯해 벨기에·슬로바키아 등은 5% 지출 목표 자체가 달성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 우크라이나는 ‘주변부’로 밀려나…집단방위는 선언만 반복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본회의가 아닌 전날 사전 만찬에만 참석했으며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이나 명확한 안보 보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NYT는 이를 두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변두리로 밀려난 것”이라며 나토가 안보보다는 정치적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조약 제5조에 대해 “나는 지지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NYT는 이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언급일 뿐”이라며 나토 규범이 특정 지도자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유럽에 던져진 질문…“이제는 홀로 설 준비가 돼 있는가”


NYT는 이번 합의가 동맹의 결속이라기보다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정치적 종속 확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다시 나토 탈퇴를 시도하거나 트럼프가 안보 공약을 철회할 경우 유럽은 독자적인 방어 역량 없이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유럽은 이제 미국 없이도 군수산업 자립과 방위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전략적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레이철 리조 대서양위원회 유럽 방위 전문가도 “3~5년 내 러시아의 위협이 다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를 감안할 때 유럽은 정치적 자본을 들여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나토 5% 합의는 강화된 안보 약속이라기보다는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외교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유럽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