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와 관련해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면제하고 미국식 세제를 병행하는 '병렬 세제(side-by-side tax)' 체계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무부가 제안했던 이른바 ‘보복세’ 계획 철회를 전제로 성사됐다.
NYT에 따르면 G7은 전날 공개된 공동성명 초안에서 “병렬 세제 도입은 디지털 경제 과세와 각국의 조세주권 보장을 위한 건설적 대화를 촉진하고 국제 조세 체계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발표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 미국, ‘보복세’ 철회…기업·의회 반발 고려
그러나 기업 로비단체와 금융권의 반대가 거셌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정책분석가 에드 밀스는 “899조는 ‘제 얼굴에 침 뱉기’에 가까운 조치였다”며 “미 국채 수요를 위축시켜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장기 금리 하락에 역행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화당에 보복세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 글로벌 최저세는 계속 추진…디지털세엔 ‘관세’ 경고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주도로 2021년 130여개국이 합의한 것으로 법인세율 하한을 15%로 맞춰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차단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자국 과세권을 외국에 양도한다는 이유로 공화당의 반발이 컸고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 이행을 거부해왔다.
미국은 자국 버전의 최소세제(GILTI)를 운용하고 있지만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이번 G7 합의로 미국 기업은 제재를 피하면서도 각국의 최저세제와 병행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는 관세라는 ‘무기’를 남겨뒀다. NYT는 “G7 합의에는 디지털세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세제 논쟁 ‘재점화’ 예고…“조율보다 자율”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시작점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아담 미셸 세제정책국장은 “조세 조율(세율 동조화)은 해롭고 미국은 이를 저지해야 한다”며 “병렬 세제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며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이번 조치로 미국 기업들은 당분간 글로벌 최저세제에 따른 이중 과세 위험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G7 차원의 합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G20과 2021년 협정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의 동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