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대선 여론 30%는 가짜 계정…AI 딥페이크·中 개입설까지 번졌다

글로벌이코노믹

대선 여론 30%는 가짜 계정…AI 딥페이크·中 개입설까지 번졌다

이스라엘 정보기업 '사이브라' 분석…틱톡·X 계정 29%가 '가짜'
AI 딥페이크로 후보 비방, 조직적 봇 동원해 '선거 조작설' 유포
지난 6월 3일 치러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 계정과 AI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대규모 여론 조작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분석기업 '사이브라'는 선거 기간 활동한 틱톡과 X 계정의 29%가 가짜였으며, 이들은 조직적으로 AI 딥페이크 영상이나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선거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3일 치러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 계정과 AI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대규모 여론 조작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분석기업 '사이브라'는 선거 기간 활동한 틱톡과 X 계정의 29%가 가짜였으며, 이들은 조직적으로 AI 딥페이크 영상이나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선거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지난 6월 3일 치러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여론에 참여한 계정 10개 중 3개가 가짜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가짜 계정은 조직적으로 부정 여론을 퍼뜨리고, '선거 조작설'과 '중국 개입설'까지 제기하며 여론을 어지럽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의 정보 분석 기업 사이브라(Cyabra)는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 달 동안 틱톡과 X(전 트위터)의 프로필 1,400여 개를 분석해, 전체의 29%가 가짜 계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부정 여론을 확산시킨 계정도 14%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 IP로 활동한 계정의 33%는 정치·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앞장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 여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논의가 번지던 4월 30일부터 급증해 5월 5일 최고조에 달했다. 이 기간 가짜 계정들은 감정을 자극하는 주장을 키우며 눈에 띄게 활동했다. 사이브라는 "다가오는 선거가 조작됐으며 중국이 개입됐다는 주장을 퍼뜨리는 조직화된 봇 활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교묘해진 수법…딥페이크 영상에 조작 사진까지
실제로 야권 유력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두고는 중국 친화설을 부각하며 마오쩌둥 동상에 절을 하거나 중국 국기 마스크를 쓴 것처럼 조작한 사진을 퍼뜨렸고, 보수 진영을 겨냥해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를 보냈다는 식의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사이브라는 '@cjhdreamer'라는 X 계정을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 가짜 계정으로 지목했다. 이 계정은 "선거가 좌파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으며, 이 게시물은 2,000명에게 닿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이 여론 조작의 새로운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가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가발을 벗는 장면 등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조롱하고 비방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여론 조작은 정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정부의 주택 담보 대출 정책을 문제 삼아 가계 부채 증가의 책임을 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등 경제에 대한 불만도 겨냥했다. 정부가 금융 불안을 키운다는 틀을 씌우려는 시도였다.

◇ 당국은 '뒷북' 대응, 전문가는 "민주주의 위협" 경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도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전국 278개 경찰서에 선거범죄 전담팀을 꾸려 집중 감시에 들어갔으며, 더불어민주당 같은 주요 정당 역시 허위정보 116건에 법적 조치를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법에 딥페이크 영상 규제 조항이 있는데도 효과적인 단속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포자를 찾아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워터마크 의무화 같은 기술 방지책은 2026년에야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이브라의 질 버크스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이번 활동은 초기 단계의 조직화, 감정을 자극하는 딥페이크, 국내외 가짜 계정의 교차 활동 등 한층 진화된 조작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전술은 실제 사용자와 공직자들의 발언에 영향을 미치는 데 성공했다. 고의적이고 계산적이었으며, 온라인 가시성과 오프라인 영향력을 키우도록 설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례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기도 전에 여론을 오염시키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보여준다. 앞으로 2025년과 2026년 전 세계 선거에서 벌어질 일의 예고편"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6.3조기 대선에서는 야당의 이재명 후보가 집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약 300만 표 차이로 누르고 이겼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해독 능력이 낮은 계층일수록 AI 기반 허위정보의 참과 거짓을 가려내기 어려워 선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초연결 사회인 한국의 현실은 이번 허위 정보 작전을 통해 민주주의 담론이 얼마나 빠르고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는지 뚜렷이 보여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