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94억 원에 가전 부문 노지마로 매각... B2B 기반 디지털 인프라 기업으로 탈바꿈
피지컬 AI 시장 선점 조준... 루마다 3.0 플랫폼 중심 글로벌 톱티어 도약 전략
피지컬 AI 시장 선점 조준... 루마다 3.0 플랫폼 중심 글로벌 톱티어 도약 전략
이미지 확대보기베트남 최대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VnExpress)는 28일(현지시각), 히타치가 자회사 히타치 글로벌 라이프 솔루션(이하 히타치 GLS)의 지분 80.1%를 가전 유통 전문 기업 노지마(Nojima)에 매각하며 15년에 걸친 구조조정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매각 대금은 1000억 엔 이상으로, 이는 미 달러화 기준 약 6억 3032만 달러(약 9294억 648만 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통적인 가전 제조사에서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히타치의 이번 승부수는 2009년 80억 달러(약 11조 7960억 원)라는 기록적인 적자 이후 단행된 사업 재편 중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판매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15년 구조조정의 마침표
히타치 GLS와 노지마는 이번 계약에 따라 새로운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노지마가 경영권을 갖는 80.1%의 지분을 확보하며, 히타치는 19.9%의 지분만 유지한 채 브랜드 라이선스와 기술 협력에 집중한다.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히타치 브랜드 가전의 생산부터 사후관리(AS)까지 실질적인 운영권은 이제 유통 전문 기업 노지마의 손으로 넘어갔다.
히타치가 가전 부문을 떼어낸 배경에는 수익 구조의 근본적인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히타치 내부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Nikkei)과의 인터뷰에서 "가전 사업은 제품을 한 번 팔면 수익이 끝나는 일회성 구조인 데다, 중국 가전 기업들과의 출혈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히타치 GLS의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9개월간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 줄어든 2634억 엔(약 2조 4339억 원)에 그쳤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가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4%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아미야 노리하루 히타치 수석 부사장은 "이번 매각은 시장 흐름을 더 빠르게 읽고 가전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피지컬 AI'와 루마다 3.0... 디지털 심장으로 승부
가전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히타치가 사활을 걸고 있는 데이터 솔루션 플랫폼 '루마다(Lumada)'다. 히타치는 2027년까지 '인스파이어(Inspire) 2027' 계획을 통해 디지털 중심 기업으로의 완전한 변모를 꾀하고 있다.
특히 히타치는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을 정조준했다. 이는 단순히 가상 공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현실 세계의 기계와 인프라를 직접 제어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도쿠나가 도시아키 히타치 최고경영자(CEO)는 "물리적 AI는 인공지능 진화의 다음 단계"라며 "정보기술(IT)과 운영기술(OT)을 결합해 세계 최고의 물리적 AI 구현 기업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히타치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해 왔다. 지난 2021년 미국 디지털 솔루션 기업 글로벌로직(GlobalLogic)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히타치는 약 96억 달러(약 14조 1552억 원)를 투입해 3만 명의 엔지니어를 수혈하며 루마다의 분석 역량을 제조, 에너지, 철도 등 핵심 기반 시설과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선택과 집중'의 냉혹한 결과... 일본 전자 산업의 현주소
시장은 히타치의 결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히타치의 주가는 연초 대비 2.66% 올랐으며, 시가총액은 약 23조 6000억 엔(약 218조 758억 원)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TV 사업을 중국 TCL에 위탁한 소니(Sony)나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한 도시바(Toshiba)의 사례와 비교하며, 히타치가 가장 성공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히타치가 소비자와 접점인 가전 대신 수익성이 높고 진입 장벽이 확고한 기업용 인프라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이는 전통적인 제조 중심 일본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히타치의 가전 작별은 단순한 사업 매각이 아닌, 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미래 산업 지형에서 살아남기 위한 '디지털 생존 전략'의 발로로 풀이된다.
116년 전 전기 수리점으로 출발한 히타치는 이제 가전제품 제조사가 아닌 전 세계 인프라를 움직이는 '디지털 두뇌' 기업으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