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진짜 동맹’은 이스라엘”…주미 英대사 발언 파장

글로벌이코노믹

“美 ‘진짜 동맹’은 이스라엘”…주미 英대사 발언 파장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대사(오른쪽)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주미 영국대사관을 찾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대사(오른쪽)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주미 영국대사관을 찾은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기존 인식을 뒤흔드는 발언이 현직 고위 외교관 입에서 나오면서 외교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대사가 미국의 유일한 ‘특별한 관계’는 영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터너 대사는 지난 2월 워싱턴DC를 방문한 영국 학생들과의 가진 비공개 행사에서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아마 하나뿐이고, 그 나라는 이스라엘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최근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그는 ‘특별한 관계’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도 “향수적이고 과거지향적이며 부담이 있는 표현”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영국·미국 관계는 여전히 강하지만 재정의 필요”


터너 대사는 영국과 미국의 관계가 여전히 긴밀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기존 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은 역사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고 특히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긴밀히 얽혀 있다”면서도 “이 관계는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영국이 미국의 안보 보호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기존 안보 구조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엡스틴 사건 언급…“미국 책임성 부족” 지적


터너 대사는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엡스틴 사건이 영국에서는 왕실 고위 인사와 주미 대사, 심지어 총리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미국에서는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과 미국 간 책임성 수준의 차이를 지적한 발언으로 외교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비공개 발언 유출…외교적 부담 확대


이번 발언은 찰스 3세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공개되면서 외교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영국 정부는 해당 발언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영국 외교부는 “학생들과의 비공식 대화에서 나온 개인적 발언일 뿐 정부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피터 웨스트매콧 전 주미 영국대사도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공개되며 난처한 상황이 됐지만 터너 대사의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 관례상 극도로 신중해야 하는 현직 대사가 미국 정치와 외교 관계를 공개적으로 평가한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