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해 “금리를 대폭 인하하라”는 자필 메모를 보내며 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이 미국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1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파월 의장에게 보낸 메모에서 “제롬, 귀하는 평소처럼 또 늦었다. 귀하는 미국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고 물가는 오르지 않는다”며 이같이 압박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파월과 연준 이사회는 자신들이 미국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그들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미국은 이자비용으로 수조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고집 센 노새”…사임 압박 이어 후임 거론까지
트럼프는 파월 의장에 대한 비난을 수개월째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그는 “파월이 사임한다면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는 형편없는 일을 하고 있다. 고집 센 노새 같고 멍청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난 지금 내 참모들에게 9개월 이상 만기 채권은 발행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금리를 인하하고자 하는 인물로 파월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런 인물은 얼마든지 있다”고도 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후임을 연준 이사회(FOMC)의 다음 공석에 앉힌 뒤 이후 연준 의장직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닛 옐런 이후 첫 여성 이사인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임기가 내년 1월 종료될 예정으로 이 자리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같은 날 “차기 연준 의장으로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인물을 임명할 수 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을 뒷받침했다.
◇ “타국은 계속 금리 인하”…파월은 ECB 회의 참석 중
트럼프는 주요 선진국들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만이 ‘손을 놓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8차례 인하했으며 영국중앙은행도 최근까지는 금리를 내렸으나 지난 6월 회의에서는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보낸 메모에는 각국의 기준금리 수준을 순위별로 적은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 연례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회의 개막 만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파월 의장을 소개하며 “그는 용기 있는 중앙은행장의 표본”이라며 “박수를 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