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대기·공급 불안은 여전...유럽·미국 자동차 업계 "생산라인 일부 영향 우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에 합의하고, 중국이 허가 속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 중단 위기는 일단 진정된 분위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월 4일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7가지 희토류 원소와 고성능 자석을 수출 규제 품목에 올렸다. 이후 허가를 받은 기업만 수출이 가능해졌고, 실제로 희토류 자석 수출은 크게 줄었다. 중국 조사업체 톄허진짜이셴(鉄合金在线)에 따르면, 4월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약 3000톤으로, 전달 5800여 톤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한국으로의 수출은 76% 줄었고, 미국은 59%, 독일은 44%, 일본은 16% 각각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제한 이후 희토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아거스 미디어(Agus MediA)에 따르면, 고성능 자석에 쓰이는 디스프로슘은 1kg당 750달러(약 102만 원), 테르븀은 2850달러(약 386만 원)로 4월보다 2배 넘게 올랐다. 방산 부문에 쓰이는 이트륨은 두 달 새 6배나 뛰며 1kg당 45달러(약 7만 원)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진전되면서 희토류 공급망은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2025년 6월 초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와 반도체 규제 완화에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6월 27일 보도자료에서 "중·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조건에 맞는 통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중국에 대한 일부 제한 조치를 철회할 방침이다.
실제로 유럽 공급업체들은 이달 초 예상됐던 대규모 생산 중단을 피할 만큼 허가를 받았다. 유럽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협회 CLEPA의 시장 업무 책임자 닐스 포엘(Nils Poel)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허가 발행 속도가 빨라졌고, 25%에서 60%로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백 건의 허가가 아직 대기 중이고, 최종 사용자가 미국에 있거나 인도 등 제3국을 거칠 경우 허가가 더 늦어지거나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도 백악관은 지난달 27일 "중국과 희토류 허가를 빨리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희토류를 정기적으로 받던 모든 회사에 신속하게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30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그러나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방산 자석 제조업체 덱스터 마그네틱 테크놀로지스(Dexter Magnetic Technologies)의 조 스투펠(CEO)은 지난달 27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이후 180건의 허가 신청 중 단 5건만 허가됐다"며 "공급업체가 서류를 준비하는 데 45일, 허가까지 또 45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유럽 기업에 중요한 허가의 최소한은 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한 관리가 로이터에 "중국이 허가를 빨리 내주고 있지만, 아직 수백 건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 포드의 짐 팔리(CEO)는 최근 콜로라도에서 열린 자리에서 "자석 부족으로 지난 3주 동안 공장을 멈췄다"고 말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희토류 부품 공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고, 스텔란티스는 "당장 생산 걱정은 해결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허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완전히 당황하던 분위기"에서 "최소한의 상황"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허가 과정이 불투명하고 복잡해 공급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희토류를 주요 쟁점으로 삼으면서 서로 맞대응한 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관세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고, 미국은 반도체 기술 수출을 통제했다. 양국은 최근 협상에서 희토류와 반도체 규제 완화에 합의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완전히 풀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는 민간과 군사 모두 쓸 수 있어 수출 규제는 국제 관행에 맞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를 6개월로 한정해,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질 경우 공급을 다시 막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중국의 희토류 자석 공급이 부분적으로 재개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 중단 위기는 일단 진정됐다. 하지만 허가 지연과 공급 불안은 아직 남아 있어, 산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유럽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협회 CLEPA의 닐스 포엘 시장 업무 책임자는 "7월에도 자동차와 부품 생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다만 "히트코어, 전기모터 등 희토류 자석이 필요한 부품 생산라인 일부는 허가 지연으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