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본업인 자동차보다 로봇과 자율주행 로보택시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2분기 세계 차량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고 발표했다. 1분기에도 13% 감소했던 만큼 하락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WSJ는 테슬라 전체 매출 중 약 75%가 자동차에서 발생했음에도 머스크는 지난 4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길 앞의 작은 울퉁불퉁함에 연연하지 말고, 언덕 위 찬란한 도시를 보라”며 장기 비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저가형 전기차 ‘모델2’ 개발을 중단하고 대신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모델 ‘사이버캡’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기존 2만5000달러(약 3475만원)짜리 차량을 내는 건 의미 없다”며 “우리가 믿는 바와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2024년 테슬라 수익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 수준이었지만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71% 급감한 4억900만달러(약 5690억원)에 그쳤다. 이익 대부분은 5억9500만달러(약 8280억원) 규모의 탄소배출권 판매에서 나왔다.
◇ 투자자들은 여전히 ‘머스크의 약속’에 베팅
머스크의 이같은 비전에 테슬라 주가는 여전히 약 1조달러(약 1393조원)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자동차 사업 자체의 가치는 주당 50~100달러(약 6만9500~13만9000원) 수준”이라며 “현재 300달러(약 41만7000원)대인 주가는 과도하게 비싸다”고 진단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모델Y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공장에서 고객 집까지 30분간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 말까지 미국 도로에 수십만대의 완전 자율주행 테슬라 차량이 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은 생명과 시간, 비용을 절약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식물에 물을 주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는 장면까지 시각 자료로 제시했다.
◇줄어든 전기차 수요, 흔들리는 공급망…정치 논란도 영향
전기차 수요 감소와 공급망 불확실성도 테슬라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는 2분기에 7% 줄었으며 포드·기아·현대차도 급감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으로 희토류 수급이 불안정해졌고 캐나다와 멕시코 부품 공급망도 영향을 받았다.
머스크의 정치 활동 역시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약 2억8800만달러(약 4010억원)를 지원했고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격화되며 상호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머스크의 비판에 대해 “그는 역대급 보조금을 받은 인물”이라며 “더 이상 로켓도, 위성도, 전기차도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틀 뒤에는 “머스크의 시민권 박탈과 추방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파장이 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