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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개발 속도 앞세워 GM·폭스바겐·테슬라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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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개발 속도 앞세워 GM·폭스바겐·테슬라 추월

지난 2023년 9월 4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개막 하루 전 행사에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의 전시 차량을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9월 4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개막 하루 전 행사에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의 전시 차량을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폭발적인 모델 개발 속도와 생산 유연성을 앞세워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빠르게 따돌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비야디, 체리, 지커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완전히 새로운 차량이나 전면 개조 모델을 평균 18개월 내에 개발할 수 있을 만큼 체계를 단축해왔다. 이는 전통적인 글로벌 제조사가 통상 4~5년을 소요하는 개발 주기보다 절반 이하 수준이다.

◇ 테스트 생략하고 ‘실전 배치’…“실패는 빠르게, 반영은 즉시”


중국 완성차의 이같은 기민함은 △실전 테스트보다 시뮬레이션과 AI(인공지능) 기반 설계에 의존하는 개발 문화 △적은 프로토타입 제작 △실패를 빠르게 인정하고 고치는 스타트업식 개발방식 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체리의 차량 동역학 책임자인 리카르도 토넬리는 2023년 유럽 수출용 오모다5 모델의 현가장치와 조향계통을 주말 이틀 만에 개량해 6주 뒤 유럽형 모델 출고에 성공했다. 그는 “유럽 브랜드라면 1년은 걸릴 일”이라며 “이 속도는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차량 부품의 75% 이상을 자체 생산해 부품 공급망 병목 없이 빠르게 개발할 수 있으며 9000명을 웃도는 인력을 장시간 노동 구조에 투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 글로벌 판매 확대 속도도 가속…중국 내 개발·해외 조립


중국차의 급성장은 내부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해외 시장 수출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체리는 지난해 해외에만 114만대를 판매해 중국 브랜드 중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지커는 중국 닝보 공장에서 지커001, 지커009, 폴스타4 등을 같은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연 제조방식을 채택했고 상하이와 고텐버그(스웨덴) 간 24시간 순환 설계 체계를 운용해 개발의 연속성을 높였다

비야디는 지난해 한 해 동안 200종 이상의 신차 또는 개량 모델을 쏟아내 테슬라의 판매량을 두 배 이상 앞섰으며 최근에는 중국 내수보다 해외 판매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외국 완성차의 경직성 노출…“속도는 못 따라가”


로이터는 현대차·폭스바겐·GM 등 기존 완성차 업체의 개발 문화는 ‘검증’ 중심의 구조적 경직성에 발이 묶여 있으며, 특히 “사소한 부품 색상 변경에도 수만km 시험주행을 반복해야 하는 절차는 이미 중국 업체의 속도전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혼다, 도요타, 르노 등도 중국 기업과 합작이나 기술협력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단기간에 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일본의 토요타가 비야디와 합작해 만든 bZ3 모델의 경우 일본 측 엔지니어들이 “후반 설계 변경이 반복되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 품질 우려는 옛말…“안전성도 글로벌 5성급”


품질에 대한 의구심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유럽 충돌안전평가기관인 유로 NCAP는 “중국차의 품질은 이제 다른 국가 차량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중국차 브랜드가 낮은 가격에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면서도 안전성과 기능 모두에서 소비자 기대를 만족시키고 있다”며 “전통 완성차의 ‘느림’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력을 시험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