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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韓 천궁-II·佛 레이더 도입…'중동의 방패' 현대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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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韓 천궁-II·佛 레이더 도입…'중동의 방패' 현대화 속도

3.8조원 규모 천궁-II 8개 포대 계약…노후 방공망 50여년 만에 교체
美·이란 사이 '줄타기 외교' 속 영공 주권 강화…미국은 "계획 검토 중" 예의주시
LIG넥스원의 천궁-II. 사진=LIG넥스원이미지 확대보기
LIG넥스원의 천궁-II. 사진=LIG넥스원
이라크 국방부가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와 프랑스산 레이더 도입을 뼈대로 한 방공망 현대화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지난 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조치는 1960~70년대에 들여온 낡은 방공망을 교체하고, 최근 이란-이스라엘 충돌에서 드러난 영공 방어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목적이다.

이라크 국방부의 타흐신 알카파지 미디어·정신지도국장은 현지 언론 샤파크 뉴스에 "이라크가 곧 프랑스와 협력해 확보한 최신 레이더 기술과 함께 한국의 첨단 방공 체계를 들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공, 육군 항공, 공군 부대 현대화는 총사령관(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의 강력한 지원 아래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3.7조원 규모 'K-방산' 계약…어떻게 진행되나


앞서 이라크는 지난해 9월, 한국 LIG넥스원과 28억 달러(약 3조8220억 원) 규모의 천궁-II 8개 포대 도입 계약을 맺었다. 천궁-II는 고도 15~40km, 사거리 40km 안에서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중거리 방공 체계다. 계약에는 발사대, 다기능 레이더, 지휘 통제 시설 등이 담겼다. 미사일과 체계 통합은 LIG넥스원이, 다기능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맡는다. 이번 계약으로 이라크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에서 세 번째로 천궁-II를 운용하게 될 전망이다.

방공망 강화에는 프랑스산 장비도 핵심 역할을 한다. 이라크는 이미 프랑스 탈레스(Thales)사의 '그랜드 마스터 403(GM403)' 장거리 감시 레이더를 공급받았으며, 추가 기술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 美는 '주시'…균형 외교 속 자주국방 의지


미국도 이라크의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태미 브루스 대변인은 최근 "알수다니 총리의 발언과 한국과의 레이더 계약을 서두르려는 이라크 정부의 계획에 관한 보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는 방공망 강화를 목표로 미국, 프랑스, 한국 등 여러 나라와 첨단 방공 및 레이더 체계 도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는 이번 무기 도입을 기회로 삼아 항공기, 미사일, 드론 등 여러 공중 위협 대응 능력을 높이고, 중동 내 전략 균형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8년에 걸쳐 대금을 나눠 내는 방식으로 예산 부담을 줄이면서 군 현대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알수다니 총리는 최근 영국 BBC와의 대담에서 "이란과 미국 모두 이라크 안정의 중요성을 안다"며 균형 외교에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 계속되는 의견 차이로 관계가 훼손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해, 양국 간 긴장 관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