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발표된 최대 50% 수준보다 높은 조치 현실화될 가능성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각국이 막판 협상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국가들은 다음달부터 최대 70%의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7일(이하 현지시각) 알자지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발표한 ‘해방의 날’ 관세 부과 계획에 따라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협상 시한을 9일로 정하고 90일 유예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그러나 마감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대부분 국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 트럼프 “대부분 국가와 협상”…최대 70% 관세 경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 국가에 대해 협상 완료 또는 통보가 이뤄질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이번 주 서한을 통해 새로운 관세율을 통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반미 정책을 펼치는 브릭스(BRICS) 국가와 연대한 국가는 추가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연설에서 “관세율이 7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언급해 기존 발표된 최대 50% 수준을 훌쩍 넘는 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중국·영국·베트남만 협상 타결…EU·인도 등은 ‘속도전’
현재까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한 국가는 중국, 영국, 베트남 등 세 곳뿐이다. 중국은 자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90일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조치다. 영국은 10%의 관세율을 유지했으며, 베트남은 기존 46% 관세가 20%로 조정됐다. 단, ‘환적’으로 분류되는 품목에 대해선 여전히 40%의 고율이 적용된다.
유럽연합(EU)은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핵심 쟁점들을 미룬 채 ‘골격합의’를 추진 중이며, 캐나다·인도·일본·한국도 각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도 경제매체 CNBC-TV18은 6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향후 24~48시간 내 평균 10% 수준의 소규모 무역합의가 체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앤드루 맥앨리스터 워싱턴DC 소재 국제통상 전문 로펌 ‘홀랜드앤드나이트’ 소속 변호사는 “중국·영국·베트남과 유사한 소규모 합의가 일부 체결되겠지만 대부분 국가는 전방위적 고율 관세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자국이 부당한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판단한 국가는 특히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 하방압력 현실화 우려…OECD·세계은행 전망치 하향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글로벌 경기 전망을 각각 2.8%에서 2.3%, 3.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 리서치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가 적용되고, 중국에 대해서는 110%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대상 관세가 60% 수준으로 조정된다면 GDP 감소폭은 0.7%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까지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5월 기준 연율 물가상승률은 2.3%로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는 올해 초 급락 이후 반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6월 신규 고용은 14만7000명으로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는 5월 소비지출이 전월보다 0.1%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처음 있는 감소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5일 투자자 메모에서 “중국과의 협상 지연이 경기침체 위기를 피하는 데 기여했지만 고용지표는 경제 충격의 ‘마지막 반응점’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