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원유 수입국, 비축유 늘려 에너지 안보 강화"...ISPRL, 신규 저장고 타당성 조사 착수

◇ 원유 수입 의존 85%...현 SPR은 8일치에 그쳐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하루 소비량의 85%를 수입에 의지하고 있다. 현재 인도가 보유한 SPR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 카르나타카주 망갈루루와 파두르 등 세 곳에 있다. 이 저장고에 들어 있는 원유는 인도 전체 석유 소비량의 약 8일분에 해당한다.
국영 인도 전략석유비축유한공사(Indian Strategic Petroleum Reserve Ltd, ISPRL)의 L R 제인(Jain) 대표는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비상 상황에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신규 저장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인 대표는 "인도는 90일치 비축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연료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추가 저장고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ISPRL과 국영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인 엔지니어즈 인디아 주식회사(Engineers India Ltd)는 신규 SPR 부지로 △라자스탄주 비카네르(소금 동굴 활용) △카르나타카주 망갈루루(기존 SPR 인근) △마디아프라데시주 비나 등 세 곳을 선정해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비카네르 부지는 소금 동굴을 활용해 520만~530만t 규모의 저장고를 만들 계획이며, 망갈루루에는 175만t 규모의 추가 저장고가 추진된다. 비나 부지의 구체적 용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규 SPR 건설은 타당성 조사와 중앙정부 내각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경로 불안정이 인도의 SPR 확장 필요성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인도는 전체 원유 수입의 약 4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이에 따라 SPR 확대는 단순히 재고를 쌓는 차원을 넘어, 원유 가격 급등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재정적 완충 역할도 할 것으로 평가된다.
◇ IEA 가입 위한 90일치 비축 목표...민간기업 참여도 확대
인도 정부는 SPR과 민간 정유회사의 비축분을 합치면 현재 약 75일치 국내 연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기준인 90일분에는 미치지 못한다. 제인 ISPRL 대표는 "90일치 비축을 달성하면 인도의 IEA 가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SPR 운영에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 등 해외 민간기업도 참여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일본·한국처럼 민간기업의 SPR 활용을 점차 늘릴 방침이다.
한편 인도의 전략 비축유 확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망 위기 대응과 국제 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필수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에서는 인도의 SPR 확충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