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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성과 홍보' 사이트서 바이든 시절 투자도 자기 공으로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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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성과 홍보' 사이트서 바이든 시절 투자도 자기 공으로 돌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제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찬하는 이른바 '트럼프 효과'의 실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발표되거나 예정됐던 투자라고 로이터통신이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이 미국 내 기업 투자 유치 성과를 홍보해온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2조6000억 달러(약 3600조원) 규모로 소개된 프로젝트 중 절반인 약 1조3000억 달러(약 1800조원)가 이미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발표됐거나 지방정부 인센티브로 결정된 사례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들 가운데는 트럼프가 공언한 ‘14조 달러(약 1경9460조원) 투자 유치’ 주장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 취임 전부터 진행된 투자 대거 포함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 웹사이트에서 70건이 넘는 대규모 투자 사례를 ‘트럼프 효과’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가 지방정부 관계자와 기업 보도자료, 공공 기록 등을 교차 검토한 결과 상당수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논의됐거나 이미 발표된 상태였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3600억원) 규모의 철강 공장 신설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부지 선정은 지난해 12월 이뤄졌다고 루이지애나 주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코닝의 15억 달러(약 2조1600억원) 투자 건 역시 지난해 2월 이미 9억 달러(약 1251억원)가 발표된 데다 바이든 대통령 시절 제정된 반도체 지원 법안의 세제 혜택을 받은 사례다.

로이터는 레고의 버지니아주 유통센터 건립 등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논의됐으며 현지 인센티브 덕분에 성사된 투자라고 밝혔다.

◇ ‘트럼프 효과’ 실제 영향 불투명


백악관은 이에 대해 "최종 투자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이뤄졌으며 이는 그의 경제 정책이 실제 투자를 이끌었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뛰어난 ‘거래 성사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며 “기업의 추상적 논의를 실제 공장 착공과 사무실 건립으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발표는 많지만 실제 경제 전망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올해 들어 투자 지표는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잔디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 관세 부과 정책이 기업의 투자 결정을 오히려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일부 기업들이 기존 계획을 새 투자처럼 포장해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2020년 이후 미국에 230억 달러(약 3조197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2월 270억 달러(약 3조7530억원) 추가 투자를 발표했지만 이는 기존 추세에서 소폭 늘어난 수치에 불과하다고 했다.

◇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성과로 포장


일부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과 무관하게 이뤄졌거나 애초부터 기업의 일반적인 장기 계획의 일환이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5년간 5000억 달러(약 695조원)를 투자하고 2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과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도 반복된 수치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서버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아직 구체적인 입지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각 주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